상의, 2230개사 조사34% 지연·축소… 확대는 4.7%에 그쳐"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장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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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수 기자
    국내 제조사의 투자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가격 변동성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9일 전국의 제조기업 2,230개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동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의 61.1%가 '연초 기업이 수립한 상반기 투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밝힌 기업도 34.2%에 달했다. '당초 계획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7%였다.

    투자가 계획보다 감소한 요인으로는 원자재가 상승(31.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불안정한 유가·원자재가·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응하느라 투자자금의 여력을 생산비용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초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90.74달러를 기록해 75달러 수준이었던 연초 대비 약 19.4% 올랐다. 이후 이스라엘-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완화되면서 86.95달러로 소폭 내려갔다. 다만 중동분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향방은 여전히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6월에서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장기화된 고환율 기조에 따라 구리(+14.7%), 아연(+7.2%), 니켈(+14.4%) 등 주요 수입 원자재가도 연초 대비 각각 큰 폭으로 올랐다. 

    그 밖의 투자 지연 요인으로는 ▲수요·판매부진으로 신규투자 필요성 저하 ▲고금리 지속에 따른 투자자금 조달부담 ▲수출 등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위험 상승 등의 순서로 꼽혔다.
  • ▲ 업종별 상반기 투자진행 상황 기업비중. ⓒ대한상공회의소
    ▲ 업종별 상반기 투자진행 상황 기업비중. ⓒ대한상공회의소
    업종별로 투자 상황에 큰 차이를 보였다. 배터리 핵심소재 가격 반등으로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전기장비 '와  '이차전지 '업종은  '당초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 '되거나  '확대 '를 응답한 비중이 각각 89.2%와 87.5%로 투자 회복 속도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인기의 영향으로 화장품 수요 및 미용 의료기기 수출이 확대되면서  '의료정밀 '과  '화장품 '업종도 양호한 투자 상황을 보였으며,  '반도체 '의 경우 IT경기 회복에 따라 생산 및 수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상반기 투자 전망을  '확대 '로 응답한 기업이 9.1%로 가장 높았다. 

    반면 건설업은 전방산업 위축과 더불어 원자재 인상으로 부담이 지속되면서 46.3%가 투자 축소 및 지연을 겪고 있다. 철강업도 중국 내수부진 및 공급확대로 업황 부진에 따라 39.9%가 투자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제조사들이 투자 계획 수립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으로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 ▲경쟁업체 간 시장상황 ▲현금흐름 등 이용가능한 자금사정 ▲기술개발 및 혁신 필요성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계획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첨단산업의 육성을 위한 투자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우리나라와 첨단산업의 선점 경쟁을 하고 있는 나라들은 자국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액공제, 지역투자보조금 외에는 사실상 지원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요국과 같은 첨단산업 보조금, Direct Pay, R-BTL 등 제도도입을 통해 첨단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투자비용 및 실패리스크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