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보안법, 지난달 美 하원 상임위 통과 … 연내 하원 통과 가능성국내 중소 CDMO 기업 수혜 전망 잇따라2022년 9월 바이든 美 대통령 행정명령 서명 이후 수혜 전망 불구 성과 없어인도, 일본 경쟁 CDMO 업체 사업 확장에 수주 경쟁도 만만찮
  • ▲ 2024바이오USA 한국관 전경.ⓒ한국바이오협회
    ▲ 2024바이오USA 한국관 전경.ⓒ한국바이오협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바이오산업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특히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대감에 비해 구체적인 수주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등 국내 중소 CDMO 기업이 수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 개인 건강과 유전정보를 우려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제정된 법안인데 사실상 CDMO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택, 유전체 기업 BGI, 의료기기기업 MGI 등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 내포돼 있다.

    생물보안법이 아직 발효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을 향한 압박은 시작되는 모양새다. 미국 하원의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의원은 올해 안에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3억달러를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원료 생산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최근 중단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170억3430만위안(3조1801억원)을 올리며 론자(37억1900만스위스프랑, 5조5775억원)에 이어 2위 CDMO 업체로 올라섰다. 전체 매출의 47.4%인 80억7350만위안(1조5072억원)의 매출을 북미 지역에서 올릴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내 CDMO 기업들도 이들의 자리를 노리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등 국내 중소 CDMO 기업은 국내외 제약바이오 행사에 참석하며 CDMO 사업역량을 소개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달 국내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이달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바이오USA에 참가했으며 오는 19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2024 중국 의약품전시회(CPhI China)'에도 전시부스를 마련해 고객사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달에만 3번의 실사가 이뤄졌는데 대규모 생산을 수반하는 CMO 관련 문의였다"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군불만 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낸다.

    생물보안법 제정 이전인 2022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혁신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부터 약 2년여 동안 국내 CDMO 기업을 향한 수혜 기대감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CDMO 기업들에게 수주 노력에 상응하는 고객사 유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국내 중소 CDMO 기업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트랙레코드가 쌓여있지 않다 보니 생산시설에 cGMP(우수의약품 품질관리기준), EU-GMP 인증 등을 받았더라도 고객사로부터 처음부터 대량의 CMO 수주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현재 법안 내용대로라면 생물보안법은 2032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7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당장 거래관계를 끊을 필요는 없다. 임상용 의약품 생산시설을 임상시험 도중 바꾸는 것도 규제기관의 승인이 필요하고 기술이전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객사를 즉각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CDMO 업체도 생물보안법을 기회로 삼아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이달 초 인도 제약사 닥터레디스의 자회사 오리겐은 인도 하이데라바드 지역에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CDMO 시설을 착공했다. 다른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의 자회사 신젠은 지난해 7월 인수한 스텔리스바이오팜의 백신 생산시설을 CMO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라겐은 최근 인도 벵갈루루에 개소한 CMO 시설을 올해 말 가동하고 엔젠은 올 3분기 미국 뉴저지에 구축한 CMO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 유리제조기업 아사히글라스의 바이오의약품 CDMO 자회사 AGC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바이알 및 주사기의 무균 충전에 강점이 있는 네덜란드 CMO 기업 바이오커넥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안정적인 CDMO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