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재단 통한 기부 활성화… 사회문제 해결 韓 30년전 과잉규제 지속… 면세한도-의결권 제약'재단 활용' 대신 다른 일반 재단에 기부편법승계 수단 우려 불식해야
  • 기업이 재단을 통해 기부를 활성화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공익법인 규제를 완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상의)는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한 세법·공익법인 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는데 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라며 "1991년 도입된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와 법체계 정합성을 고려해 적극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2013년 34.6%에서 2023년 23.7%로, 같은 기간 기부 의향은 48.4%에서 38.8%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는 1991년 20%에서 1994년 5%로 강화됐다. 여기에 2020년에는 공익법인의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가 신설됐다. 기업들의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 유인이 상증세법과 공정거래법에 의해 앞․뒷문이 모두 막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 주요국의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 및 의결권 행사 규제 비교ⓒ대한상공회의소
    ▲ 주요국의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 및 의결권 행사 규제 비교ⓒ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 발표에 나선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를 보면 독일, 스웨덴은 공익재단의 주식 면세한도가 없고, 미국은 면세한도가 있지만 20%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는 "주식에 대한 상증세 면세한도를 5%로 제한한 것은 30여년 전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편법승계 또는 우회지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부정적 인식이 불식되거나 다른 법령을 통한 제한이 가능하다면 공익 활성화 차원에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일석 한국공익법인협회 상임이사는 "과거 공익법인이 편법증여 수단으로 이용된 폐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건전한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특히 수원교차로나 오뚜기 사례와 같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뚜기 사례란 2015년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주식 3만주(0.87%)를 복지재단과 미술관 등에 출연했다가 20년 전 출연했던 기부액과 합산되면서 증여세 324억원을 부과받은 것을 말한다.

    이와 달리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스웨덴, 독일의 경우 국내와 유사한 소유집중형 기업집단 체제가 존재하지만, 국내와는 달리 지배주주 일가의 상장기업에 대한 사익편취 문제가 거의 제기되지 않는다"며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완화를 논하기에 앞서 사익 편취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선진국들은 기업 공익법인을 활용해 기부와 승계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반면 우리나라는 30여년전 과거 사례로 공익법인에 대한 편향적 시각이 여전하고 과잉·중복 규제 중"이라며 "기부 활성화와 새로운 소유지배구조 모델 마련 등 사회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