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불매운동 수혜주 신성통상…2300원 공개매수 진행"PBR 0.7배 수준 공개매수가·주주 환원 피하려는 꼼수" 비판소액주주 지분 모으기 단체행동 나서
  •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반사이익을 받았던 신성통상의 자진상폐 추진에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1842원이었던 신성통상의 주가는 이틀 만에 24%가 급등한 2295원까지 올랐습니다. 

    신성통상의 대주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지난 21일 "신성통상 지분 중 시장 유통 물량 22.0%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한 영향입니다.

    가나안은 신성통상 창업주인 염태순 회장 아들 염상원 씨가 지분 82.43%를 보유한 비상장사입니다. 에이션패션은 가나안과 염 회장이 지분 전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이미 2세인 염상원씨의 개인 회사인 것이죠.

    지분 공개매수 가격은 2300원. 2300원에 자진상폐를 하자 주가가 급등한 것입니다.

    주가가 단숨에 24% 치솟았으니 모르는 사람이야 부러워할 수 있겠지만 소액주주들은 애가 타는 상황입니다.

    신성통상의 올해 3월 기준 회사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3135.6원입니다. 순자산가치란 기업의 자산에다가 부채를 뺀 금액인데요. 즉 기업의 모든 자산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매각하고 여기서 부채를 변제한 후 남는 금액을 말합니다. 달리 말해 회사가 청산되면 주주들의 몫으로 순수하게 남을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죠.

    2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신성통상의 주가는 228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7배 수준입니다. 대주주가 PBR 1배도 안되는 2300원보다 더 싸게 소액주주로부터 주식을 사가겠다는 것이니 이를 반가워하며 기꺼이 넘길 투자자가 과연 어디 있겠나 싶습니다.

    주주들이 분통이 터지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신성통상이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111억원으로, 이날 기준 시가총액(3277억원) 수준입니다. 벌어서 쌓아둔 돈만 시총 수준인데, 이 회사를 대주주가 싸게 가져가려니 분노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나 배당의 원천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주주들의 거센 환원 요구에도 배당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탑텐과 지오지아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3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50.2%, 영업이익은 248.1% 증가했는데요. 실적 성장을 견인한 건 반일감정 고조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 대신 국내제품을 사용하자는 보복소비 열풍입니다. 실적이 증가한 가운데 이익잉여금은 2012년 7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111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익잉여금을 축적해두기만 하고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쌓인 이익잉여금의 배경엔 회사가 10년 넘게 이어온 무배당 정책이 한몫을 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없는 것이죠.

    그나마 올 초 소액 주주연대가 결성돼 배당을 요구을 하면서 10년간 이어가던 무배당 기조를 깨고 보통주 1주당 50원씩 배당을 실시했지만 이마저도 비판은 나옵니다. 가나안의 주당 배당금은 2022년 기준 주당 3만4500원 '폭탄배당'을 실시하는 등 줄곧 고배당을 지속해왔으니 소액주주에겐 '쥐꼬리배당'한단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선 신성통상이 이번에 자진상폐를 통해 완전한 가족회사가 되면 본격적인 고액배당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소액주주들은 단체 행동에 나섭니다. 지금까지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대주주가 독식하도록 놔둘 순 없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는 것이죠.

    상법상 자진 상폐를 하려면 대주주가 95%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이럴 경우 나머지 5%의 주주들은 2300원에 강제매수됩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우선 이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PBR 0.7배 수준의 가격에는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모으는 중입니다.

    주가가 지난 2022년 4480원까지 올랐으니 손실 구간에 있는 주주로선 더더욱 말이 안되는 상황인데요. 공개매수 실패로 매수 가격을 높이거나 또는 자진상폐를 철회할 때까지 버티기 전략을 펴겠다는 것입니다.

    신성통상 한 주주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 증시로 떠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며 "고배당으로 가족경영하겠다는 회사, 주주들과 나눠먹기 싫으니 상장폐지하려는 회사는 불매운동까지 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