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 2%’ 돌파잔액 3.5조 불어나면 증가율 2.5%도 넘어서정책‧대환대출 활성화에 은행 가계대출 급증은행에 내맡겨진 가계부채 관리…가산금리 올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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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초 관리 목표로 제시했던 2%를 이미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정작 이를 주문한 당국은 정책대출과 대출 갈아타기를 활성화하고 규제 시행을 뒤로 미루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은행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2.5%’ 목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707조6362억원으로 지난해 말 692조4094억원 대비 2.19%(15조2268억원) 증가했다. 올해 초 5대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2% 내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는데 하반기가 오기도 전에 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점을 고려해, 2.5%를 가정하더라도 관리 목표 한도까지 3조4621억원밖에 남지 않는다. 지난 달 20일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인 4조4000억원보다도 적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잔액은 계획대로 관리되는 모습이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지난 1월 2조9049억원에서 2월 477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어 3월에는 2조2238억원 감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분기가 시작되는 4월 들어 다시 4조4346억원 불어나더니 5월에도 4조6690억원 늘어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은 지난 4월부터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상당 부분 공급되고 있는 점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은 통상 연초에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져 통계상 은행권 가계대출로 집계된다.

    지난 4~5월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은 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 늘어난 전체 주담대(10조2000억원)의 64.7%를 차지했다. 지난 5월만 보더라도 은행 자체 주담대가 3조6000억원 늘고,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3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정책대출에 의한 증가폭이 더 컸다.

    ◇ 당국, 은행엔 가계대출 경고음…시장엔 수요 자극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저리의 정책대출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대출은 요건만 갖추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소득 기준 등을 강화하거나 금리 수준을 높이지 않는 이상 은행 차원에서 속도를 관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주담대 금리도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갈아타기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지난 5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3.91%로 지난 2022년 5월 3.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뤄질 경우 가계부채 규모 증가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는 금융당국은 정작 대출수요를 억제할 규제를 뒤로 연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시행 1주일을 앞둔 지난달 25일 돌연 9월로 연기했다. 대출 시장을 급격히 조일 경우 자금 사정이 급한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고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에도 악영향를 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예고된 규제인 데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경고음을 낸 것과는 반대되는 결정이라 시장에선 당국의 관리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규제 지원 없이 총량관리 임무만 부여받은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칫 대출금리 인상에 앞장섰다가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할 위험이 있어 이마저도 결정이 쉽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에 집중해왔다”면서 “연말까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고려하면 금리를 올려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