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연초 대비 3조 증가지난달 20조 원 돌파, 9개월만에 처음'저PBR·K수출주 호조' 테마주 투자 집중"반대매매 주의, 주가 상승세 우량주 구분해야"
  • 최근 코스피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빚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커지고 있다. 증시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미들의 투심이 들끓고 있다는 평이다. 금리 인하 시작도 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시장에서는 무리한 빚투에 대한 경고등을 울리고 나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8854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별 잔고는 코스피 시장에서 10조9317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8조9537억 원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17조 원) 대비해서는 무려 3조 원 가까이 불어나며 '빚투 열풍'이 부활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월 말 기준 19조6330억 원에서 지난달 한때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 원을 돌파한 건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매수(신용거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액 규모가 커질수록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이 많다는 의미로 주로 랠리 기대가 커지는 시기에 이용된다.

    실제 국내 증시는 올해 1월 바닥을 찍고 반도체 업종 개선과 정부의 밸류업 지원 기대 등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연초 저점 대비 꾸준히 상승해 최근까지 약 18% 오른 상태다. 이날 장중 한때 2892.40까지 오르며 '삼천피'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 ▲ ⓒ금융투자협회
    ▲ ⓒ금융투자협회
    특히 2분기 들어서는 '대왕고래' 관련 석유·가스주, '불닭 신화' 삼양식품 등을 필두로 한 식음료 종목이 주목 받았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빚투에 나선 이들은 주로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을 공략했다. 연초 밸류업 발표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거래 융자 증가율 상위 업종에는 보험·금융업, 철강·금속, 통신업, 증권, 운수장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밸류업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자 투자자들은 'K수출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푸드·K뷰티 등 테마주에 투심이 몰리면서 관련주에 신용거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신용거래 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에는 전기가스업(55.14%)과 음식료품(15.5%)이 차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테마주 기승에 대한 경고등을 울리고 나섰다. 특히 저PBR 업종 수혜가 꾸준히 이어질지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나온다. 국내 상장사의 9%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견·중소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다 기업의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 없이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일본 동경 거래소도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무조건 PBR을 1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며 "저PBR 테마주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빚투 규모와 함께 증권사 반대매매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리한 빚투로 인해 과열된 주가가 향후 급락할 경우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고 매도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증시 불확실성이 언제든 도래할 수 있는 만큼 빚투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아 테마주 강세만 보고 빚투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지금은 테마주 강세에서 벗어나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우량주를 가려내야 할 시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