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오르자 주담대 급증, 6월에만 6.3조 ↑스트레스 DSR 연기에 ‘대출 막차’ 쏠림 심화일관성 없는 정책 지적… 은행 압박 능사 아냐 美 9월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개미들 재차 ‘빚투’ 광풍 조짐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차선을 바꿀 때가 됐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공식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리 인하 기대감이 벌써부터 시장에 선 반영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재현될 조짐이다. 

    서울 집값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자 너도나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2개월 연기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자부담이 늘어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타기 수요까지 가세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은행들에게 대출자제를 주문했지만 ‘오락가락’ ‘뒷북 행정’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주식시장도 빚투의 가늠자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하며 갚지 못한 대출이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권에 가계대출 억제를 압박하면서도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갈지자 정책이 문제라며 ‘가계부채 위험관리’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고삐 풀린 주담대… “빚내서 집사자” 광풍 재연 위험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늘어 지난해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도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가계대출 전체를 놓고 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3415억원으로 2년 11개월 만에 월별 최고 증가액을 갈아치웠다.

    가계부채 증가는 서울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부활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2024년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1만8830건 중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8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매년 1~5월 기준) 이래 최다 거래량이다.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 역시 전주 대비 0.20% 올라 2년 9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자산시장 열기가 식지 않는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도 영끌 심리를 부채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늦추면서 투기 본능을 일깨웠다”면서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을 상대로 금리인하 압박을 강화해오고 은행권에는 금리를 올려 대출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정책 엇박자를 보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제 관리에 돌입하면서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금리 인상 효과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막차 대출 수요가 몰리는 등 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자 증가가 재현되는 추세”라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은행을 압박하기 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가계부채 관리에 둔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美 9월 금리 인하하면 주식 더 오를거야”… 증시 호황에 '빚투' 나선 개미들

    주식시장에서도 '빚투'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8854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별 잔고는 코스피 시장에서 10조931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8조9537억원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17조원) 대비해서는 무려 3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빚투 열풍'의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5월 말 기준 19조6330억원에서 지난달 한때 2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건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었다.

    실제 국내 증시는 연초 비관론이 무색하게 하반기 갈수록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종 개선과 정부의 밸류업 지원 기대가 맞물리면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2년5개월 만에 2860선을 뚫고 연중 최고점을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전일에는 장중 한때 2892.40까지 오르며 조만간 '삼천피'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증시 상승에 대한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물가와 고용 둔화세가 뚜렷해지며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가 간밤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CPI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8거래일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증시 추가 상승 여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빚투 리스크에 대한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현재 미국과 국내 증시 모두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반대매매'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엔비디아 등 대형기술주 주가에 대한 가격 조정이 발생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타격을 받자 반대매매 체결액이 늘어난 바 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 수혜가 꾸준히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국내 상장사의 9%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견·중소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데다 기업의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 없이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언제든 증폭될 수 있는 만큼 빚투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아 테마주 강세만 보고 빚투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지금은 테마주 강세에서 벗어나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우량주를 가려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