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가상자산 예치금 이자 1000억대 증가 전망새벽까지 이어진 이용요율 경쟁… 최대 2.5%까지 올라금감원 "이용료율에 거래소 자금 추가했을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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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뱅크 제공.
    가상자산 예치금 이자율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케이뱅크가 한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분기 말 예치금 잔액 기준으로 환산한 추가 이자 부담은 약 12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순익 507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입출금 서비스 외 다양한 상품을 통해 수익성 만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1000억원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 케이뱅크, 예치금 금리 21배 '껑충'… 연 2.1%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비트는 실명확인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와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예치금의 이용료율을 연 2.1%(세전)로 책정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업비트의 예치금 규모가 6조322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한해 1264억원에 달한다. 케이뱅크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지난 1분기 순이익 507억원보다 2배 넘는 금액이다. 

    예치금 이용료 지급은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의무화됐다. 

    케이뱅크는 법 시행 전 업비트의 가상자산 예치금 법인계좌에 연 0.1%의 금리로 이자를 지급해 왔다. 다만 업비트는 이자 성격의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예치금 수익이 고객에게까지 제공되진 않았다.

    법 시행 전과 후 금리 수준을 비교하면 케이뱅크의 관련 이자 부담은 21배 뛰어오른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예치금 이용료율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취지와 고객 권익보호, 경쟁환경 등을 고려해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면서 “가상자산입출금 서비스 외에도 상품 서비스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가상자산예치금 규모도 1분기말 대비 축소되고 있어 이용료율 상향에 따라 늘어나는 이자비용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분기 말 예치금 규모로 추정한 추가 이자비용이 12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가 지난 1분기 대출 등을 통해 번 이자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9% 증가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고려하면 앞으로 30% 수준의 이익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또 비이자이익은 지난 1분기 약 11억원으로 불어나는 예치금 이자를 만회하긴 버거운 수준이다.

    ◇ 케이뱅크, IPO 앞두고 '울며겨자먹기' 이용료율 상향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가상자산법 시행 첫날인 19일 애초 연 1.3%의 이용료율을 제시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까지 거래소 간 이자율 경쟁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2%대로 치솟았다.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은 19일 오후 11시가 넘어 연 2%의 이용료율을 공지했고, 이를 의식한 업비트는 자정을 앞두고 2.1%로 재공지했다.

    이어 빗썸은 다시 연 2.2%로 이용율을 높였고, 1.5%를 공지했던 코빗도 새벽 1시쯤 2.5%로 이용료율을 끌어올렸다.

    거래소와 제휴를 맞은 다른 은행들도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이자비용이 발생하게 됐지만 케이뱅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1분기 기준 가상자산 예치금 규모는 농협은행 1조6389억원, 카카오뱅크 1128억원, 신한은행 564억원, 전북은행 41억원 등이다. 

    이용료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가 업비트를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가상자산 투자자 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의 수신과 고객 수는 업비트와의 동맹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던 지난 2021년 1분기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4조9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해 유입된 신규 고객은 500만명에 달했다. 

    업비트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6명이 케이뱅크 실명확인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이용료율이 높은 다른 은행 계좌로 대거 이동하게 될 경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서로 놀란 이용료율… “거래소 비용 약속했나” 

    2%대 예치금 이용료율이 공개되자 거래소는 물론 은행들도 서로 놀라는 눈치다. 가상자산법 시행 전 업계에서는 이용료율이 높아봐야 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래소 이용료율은 금리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불과 몇 분 사이에 1%포인트씩 움직이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법인계좌 금리에 거래소가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할 생각으로 이용료율을 높여 공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정을 전후해 1시간도 안 되는 간격으로 벌어진 이용료율 변경 과정에서 은행과의 협의가 가능했냐는 점에서다. 

    은행들은 수시입출식특정금전신탁(MMT) 운용 수익률을 기준으로 금리를 제시했다며 제휴 거래소와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당국도 경쟁적으로 예치금 이용료율이 높아진 과정에서 거래소의 자체 비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용료는 정확하게 따지면 이자가 아니라 실적배당 성격이기 때문에 예치금 운용수익이 약속한 이용료율에 못 미칠 경우 거래소 비용으로 지급하더라도 유사수신 행위 등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용료율은 미리 공지하지만 예치금 운용수익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손실이 날 수도 있고 이익이 날 수도 있다”면서 “(거래소 비용으로 이용료를 제공하는 경우)완전히 불법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