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급등락 흐름 지속…도미노 급락의 시작은 샴의 법칙7월 미 실업률 지표에 경기침체 우려감 커져 "진짜 경기침체냐" 해석은 분분…8월 지표서 판가름리세션 외 증시 폭락 원인 복합적…당장 상승재료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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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흐름이 그야말로 공포 수준입니다. 5일 국내 증시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는데요.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면서 1988년 개장 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2600선으로 시작했던 지수는 결국 2400선으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 사정은 더 처참했습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쳤습니다. 

    두 시장에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35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온종일 낙폭이 커져가는 가운데 양 시장은 증시 급락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4년 5개월 만에 발동됐습니다.

    장 중 2600선 붕괴 속보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500선 붕괴, 양 시장 오전 사이드카 발동에 이어 오후 서킷브레이커 발동까지 줄줄이 관련 속보를 보도하는 증권부 기자들의 하루도 정말 분주했습니다. 정규장 마감 시간까지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정말이지 얼떨떨한 장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장을 억지로 닫아 일주일 뒤 열고 싶다"는 종목 토론방에서의 투자자 성토가 공감되는 하루였습니다.

    전문가들인 모인 증권사 지점 분위기도 별다르지 않았는데요. 초반에는 한숨 섞인 탄성이, 이후 끝 모르고 낙폭이 확대되면서 프라이빗뱅커(PB)들도 할 말을 잃어 마치 절간 같은 분위기였다는 전언입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와 뉴욕증시 등 글로벌 증시 전반이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5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0%, 대만 자취엔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5% 폭락했습니다. 뉴욕증시에서 3대지수도 일제히 급락했는데요. 다우지수와 S&P500 지수의 낙폭은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일 폭락이 매도가 매도를 낳은 패닉 셀(공포심에 따른 급격한 매도)의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미국발 'R(리세션·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반적 심리가 패닉에 휩싸인, 악재에 따른 매도가 또 다시 매도를 부르는 수급 악순환의 증시 흐름이었다고요. 

    이번 증시의 도미노 급락은 '샴의 법칙(Sahm rule)'에서 시작됐습니다. 샴의 법칙은 경기 침체를 가늠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인데요.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값이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로 판단하는 것으로,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샴 박사가 내놓은 법칙입니다. 이는 1950년부터 11번의 미국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고 모두 들어맞았습니다.

    미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률이 4.3%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5~7월 미 실업률 평균치(4.13%)가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3.6%)보다 0.53%포인트 높아 샴의 법칙으로는 침체에 들어섰다고 평가됩니다.

    과거 선례상 실업률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치솟기 때문에 시장에선 미국의 고용시장과 경기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물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8로, 넉달 연속 위축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다만 최근 지표가 진짜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합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과 증시 조정이 그간 급등해온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단기적 조정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데요. 후자의 경우 미국의 7월 고용지표 부진은 최근 텍사스 등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로 인한 영향이 반영되며 과장됐을 수 있다는 시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7월 고용 지표가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실제 심각한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는지 여부는 8월 지표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리세션의 공포가 진정된다고 해도 증시가 기대만큼 안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증시의 폭락 원인이 단지 미 경기침체 우려 때문만은 아닌데다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상승 재료가 당장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6일 오전 9시40분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은 4%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하루 만에 반등하는 등 롤로코스터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아 샴 박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오르긴 했지만 역사상 최저치에서 정상 수준으로 가고 있다"면서 "실업률이 더 상승하겠지만 그렇다고 9~10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정확했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경기 침체는 천천히 쌓이다가 갑자기 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