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이 행장, 기업대출 고삐 죄며 리딩뱅크 수성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수익률 모두 1위 달성
  • ▲ 이승열 하나은행장ⓒ하나은행
    ▲ 이승열 하나은행장ⓒ하나은행
    5대 시중은행장 임기가 올 연말 일제히 만료된다. 차기 행장 인선 작업은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을 선도하는 맏형격 은행들의 수장 이슈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들의 재임 성적, 금융사고·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이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 등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은행장의 재임 기간 공과(功過)와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온화한 성품의 재무통답게 은행이 제대로 수익 내는 법을 잘 압니다”

    하나은행 한 임원이 내놓은 이승열 하나은행장에 대한 평가다. 

    이승열 행장은 하나금융그룹에서 최고 수준의 재무 전문가로 불린다. 기업금융, 재무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지난해 1월 행장에 오른 이후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위상을 확고하게 다졌다. 

    거침없는 성장 질주를 하면서도 직원에겐 영업 압박과 비용 절감이란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는 게 하나은행 내 지배적인 평가다. 

    이 행장은 그동안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기업대출과 연금 등 은행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초부터 선제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며 몸집과 이익을 키우자 다른 은행들 역시 기업대출 경쟁에 뛰어들며 기업대출 전성시대를 열었다. 

    ◇재무통에서 영업맨으로… 선제적 기업대출 확대 통했다

    이 행장이 지난해 리딩뱅크를 지켜낸 데는 현장 중심 영업을 강조하며 타 은행 대비 기업대출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전략이 주효했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리스크가 더 크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부수 거래와 수신‧외환거래를 통한 수익이 쏠쏠하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은 175조원으로 지난해 말 162조원 대비 8%나 늘었다. 2022년 말(138조원)과 비교하면 26.8%나 성장했다. 

    다른 시중은행이 6%대 수준의 증가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매우 크다. 

    하나은행은 우량 기업 중심의 대출 확대를 통한 자산 성장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와 수출 상담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업계를 선도했다. 

    덕분에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3조4766억원을 거둬 KB국민‧신한은행을 따돌리고 전년에 이어 또 한번 리딩뱅크를 지켜냈다. 

    급성장 중인 연금 시장에서 퇴직연금 명가로서 입지도 탄탄히 다졌다. 지난 6월에는 은행권 대표로 퇴직연금 우수 사업자로 뽑히기도 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준 전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순증 1위(6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14.3~15.8%)을 내기도 했다. 

    이 행장의 연금 강화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은 연금사업단을 전문화된 독립 조직으로 분리하고, 자산관리그룹에 속해있던 연금사업본부를 2023년 말 정기 조직개편에서 연금사업단으로 격상·분리시켰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돕기 위한 상담채널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개설하고, 연금손님관리센터와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고, ETF 분할매수 시스템 도입, ETF 당일매매거래 시행 등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상품 라인업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고객거래의 편의성을 개선했다"며 "이밖에도 원금보존추구형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와 만기매칭형 채권펀드를 비롯해 '채권 직접 편입'을 도입해 고객에게 폭넓은 투자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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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
    ◇하나은행장 연임 거의 없어… 현재로선 예측 어려워

    이 행장이 자산관리와 연금 분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실적으로 성과를 입증한 점은 연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차기 행장 선임에 지배구조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만 68세인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하나은행의 행장 임기 전례에 비춰볼 때 연임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