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이후 신용융자 잔고 하락…월초 대비 2.3조 감소폭락장 속 반대매매 발생…개인투자자는 저가 매수 기회 삼아투자자예탁금 5.6조 상승…지수 상승 레버리지 ETF 대거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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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폭락이 일었던 '블랙먼데이 패닉'에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폭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하는 등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7조1268억 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증시 급락 직전이었던 이달 1일 기록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19조5160억 원 대비 12.2%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은 9조8132억 원, 코스닥 시장은 7조31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0조 원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3월 초 이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16조 원대까지 하락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상승장을 맞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2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추세적 상승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 

    그러나 블랙먼데이를 겪은 투자자들이 향후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우려, 빚투를 대거 청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 2일과 5일 코스피가 각각 3.65%, 8.77%씩 급감하면서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해 대량의 반대매매가 발생, 신용거래융자 잔액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투협에 따르면 미수 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6∼8일 3거래일간 777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폭락 바로 다음 거래일인 지난 6일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 원으로, 작년 11월 영풍제지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매매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매수한 주식이 강제 청산되는 것을 말한다. 신용융자 등으로 빌린 자금의 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 비율보다 낮아져 계좌에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2영업일 이내에 부족한 금액을 채워야 한다.

    주가 하락에 따라 담보 주식 가치가 담보 유지 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한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폭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컸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5조5600억 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3600억 원, 2조8600억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금투협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의 투자자예탁금은 증시가 급락한 5일 59조4876억 원으로 집계, 전 거래일 대비 5조6197억 원 급증, 올해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저점 투자에 나선 투자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상승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폭락장이 있었던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거래대금 상위 3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가운데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서는 각각 101억 원, 2186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각각 5565억 원, 2094억 원을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지표에 따라 증시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침체를 반영한 밸류에이션 지지력을 확인함에 따라 상방을 열어놔야겠지만, 당장 큰 욕심을 내기도 어렵다"라며 "9월 FOMC 전까지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통화정책과 경기침체 사이에서 코스피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단기간에 'R의 공포'가 주식시장을 급락시키는 패닉셀의 재현 가능성은 작아졌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경기침체 여부는 수개월에 걸쳐 확인해야 하는 변수"라며 "그 외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되려면 9~11월은 돼야 하므로 이전 대비 레벨 다운된 상황에선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