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1개건설사중 12개사 상반기 '원가율 방어'GS건설·KCC건설 등 감소폭 커…영업이익도 회복"빠르면 올하반기 실적 개선"…자잿값 안정 조짐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공사비 폭탄'으로 침체된 건설업계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 악조건 속에서도 적잖은 건설사들이 원가율 방어에 성공하며 실적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시장회복세가 지속되고 금리인하까지 현실화할 경우 빠르면 올하반기 'V자 반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마진 늪을 헤쳐나오기 위한 건설사들의 원가율 개선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성을 고려한 선별수주와 도급증액을 통해 원가율 하락, 영업이익 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1개건설사중 12개사가 전년동기대비 원가율을 유지 및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건설사별 원가율은 △아이에스동서 70.5% △서희건설 81.2% △두산에너빌리티 82.1% △HL디앤아이한라 88.9% △SK에코플랜트 89.7% △태영건설 89.8%이 80%대를 수성했다.

    이어 △한신공영 90.3% △HDC현대산업개발 90.4% △KCC건설 91.3% △GS건설 91.4% △포스코이앤씨 94.2% △현대건설 94.8%로 90%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원가율 감소폭이 가장 큰 건설사는 GS건설로 98.6%에서 91.4%로 7.2%p 개선됐고 아이에스동서가 76.3%에서 70.5%로 5.8%p, KCC건설이 96.3%에서 91.3%로 5.0%p 감소폭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대형사보다 사업환경이 열악한 중견건설사들도 원가율을 낮추며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한신공영은 원가율을 92.6%에서 90.3%로 2.3%p 낮췄고, HL디앤아이한라도 91.0%에서 88.9%로 2.1%p 나아졌다.

    원가율이란 사업을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 아파트를 짓는데 원가가 900억원이 들면 원가율을 90%로 본다.

    즉 원가율이 높을수록 사업마진이 줄고, 낮을수록 반대인 구조다.

    실제로 원가율이 비교적 큰폭으로 개선된 건설사는 실적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GS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2548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63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또한 같은기간 HDC현대산업개발은 558억원에서 954억원, KCC건설은 148억원에서 20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업계에선 빠르면 하반기 건설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시장활황기에 대량수주했던 프로젝트가 코로나19와 공사비 인상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해당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고 공사비 인상분이 매출에 반영되고 있어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엔 업계전반의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방사업장이 많은 중견건설사 경우 내년 상반기에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원가율을 아무리 낮춰도 지방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면 무의미"라며 "연내 실적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도 건설사들의 하반기 실적개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기준 가장 중요한 건설주 상승요인은 원가율 개선"이라며 "공사비 상승분이 미반영된 2019~2022년 착공물량이 준공되면서 주택부문 원가율 지표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해 이후 공사비 상승분 반영 분양물량이 건설사별로 달라 실적개선 속도는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선미 신한증권 연구위원도 "도급증액에 따른 주택부문 원가율 개선과 해외 플랜트공사 수익성 상승 등이 주요 건설사들의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8·8공급대책' 영향으로  주택사업 원가 감소, 신규수주 확대 등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자잿값이 일부 안정조짐을 보이는 것도 건설업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건설공사비지수 130.02로 직전월 130.20대비 0.14% 하락했다. 해당지수가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12월이후 6개월만이다.

    구체적으로 △콘크리트제품 -2.08% △철근 및 봉강 -1.67% △레미콘 -0.24% △골재 및 석재 -0.07% 등 자재가격이 내렸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자잿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여기에 금리인하까지 더해지면 원가율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동·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잿값 추가상승 가능성이 있고 지방미분양이 계속 쌓이는 것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