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간호사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 중 39%만 참여이미 역할 대체해 근무 중 … 법 보호도 못 받는 구조탁영란 간호협회장 "희생 강요 그만, 간호법 제정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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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이 발생해 의료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간호사 60%는 이를 대체하라며 업무를 종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간호사(PA) 역할론 확장에도 간호법 등 법적 보호망이 없어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정권 퇴진운동을 선언하며 간호법 입법중단을 선언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의대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에 이어 간호법을 두고 직역 간 마찰이 예상된다. 

    20일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의료법 제3조의3에 따른 종합병원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의2에 따른 수련병원 등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최소한의 법적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대신해 PA(진료지원) 간호사 역할론 확장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참여기관은 전체의 39%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다. 미참여 병원 대다수는 이미 간호사의 업무을 벗어난 전공의 대체 업무를 종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현장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데다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없어 수련의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를 가르치는 상황"이라며 현장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즉, 의료대란 속 환자 곁에서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강요받고 있었다. 전공의 복귀율도 1.6%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라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커져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법 제정을 중단해야 하고 오는 22일까지 입법중단이 없다면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는 등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날 임현택 의협회장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진행을 중단하라"며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 법제화 등을 담은 간호법과 관련 여야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쟁점 안건을 조율한 상태여서 통과가 유력하다. 

    특히 이날 간호협회가 공개한 내용에서 전공의 공백을 막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맹점이 드러나 법 제정의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