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명제 잊혀지면 안돼 … 7개월 넘게 고통받은 환자들 울분의료대란 사태, 간호법 이슈와 맞물려 '첩첩산중'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사 주도 정책 설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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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2조원을 들여 의료개혁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 중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도 4000억원이 투입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해결책을 찾고자 박단 전공의 대표와 만나 타협을 시도 중이다.

    의대증원만 허용하면 의료계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국민 의료비, 건강보험료의 과부담을 전제로 필수,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파격적 행보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신장이식 수술 수가가 최대 186% 인상됐고 응급실에 경증환자가 오면 본인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각종 셈범이 나오는 것은 적정수가를 향해 환자가 더 내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 의사 인력의 확충이 추진되는 것이다. 적정 의사수는 사회, 인구, 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까닭에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다. 현실적 상황은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국민 여론에 힘입어 추진된 의료개혁 시발점인 의대증원은 2025년 1509명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을 떠났고 이로 인해 교수들의 조용한 사직으로 연쇄적 붕괴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의료계가 가장 반발했던 집단이탈에 따른 행정처분, 사직처리 금지 조항이 철회됐음에도 전공의는 미복귀 상태이며 일선 개원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4년의 전공의 시절은 선배 의사와 병원의 과도한 활용으로 멍이 들었고 의대증원으로 폭발한 모양새다. 

    결국 의료대란 장기화로 이어지자 한동훈 여당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전공의 대표와의 만남을 갖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 결정대로 1509명을 증원하되 2026년부터는 다시 3058명만 뽑자고 제안했다. 이는 여러 타협안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경우 환자들의 반발이 거세진다.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의료공백을 피해를 봤던 환자들은 의사 확충을 통한 지역, 필수의료 보완이 실행되길 원하고 있다. 다시 원점이 된다면 각종 예산과 행정절차는 물론 국민적 기대감이 물거품이 된다. 

    의료개혁의 명제는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정립에 있다. 수도권-지방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기피과 미래세대 확충이 선결과제다. 소위 돈 안 되는 분야에서도 의사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는 의료계가 빠진 '의료개혁 특별위원회'가 아닌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논의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질적 개선안은 의사 주도로 만드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을 위한 하나의 방안일 뿐 더 구체화된 선진방안을 위해서는 의료계 참여가 필수다. 

    문제는 의대증원 갈등을 푸는 것도 첩첩산중인데 간호법 반대 투쟁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동네의원까지 파업을 염두에 둔 대한의사협회의 시국선언이 나왔다. 실제 간호법 본회의 통과시 또 환자를 볼모로 한 일련의 대응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전공의가 빠진 병원의 상황에서 환자를 지켜왔고 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역할론 강화로 공백을 메꾸는 상황이었다. 결국 간호법의 맹점을 뒤로하더라도 일단 환자를 살리는 권한을 갖게 하자는 명분은 존재한다. 

    간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보건의료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것 역시 환자 입장에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최악의 결정으로 여겨지나 간호법이 통과하면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 추진에 변함이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간호법 통과가 유력하고 의대증원은 변동사항 없이 드라이브가 걸려있다. 동시에 의료계를 위한 예산 폭탄 등 후속대책도 존재한다. 

    이제 의료계도 투쟁의 수위를 올려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닌 실질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환자 피해를 전제로 둔 반발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시점에선 기피과와 전공의 부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각종 지원대책을 확보하기 위해 경주하는 것이 유리한 셈법이다. 치킨게임은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