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이어 두 번째 요구…"합리적 투자판단 저해""구조개편 관련 의사결정 과정‧내용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두산로보틱스에 양사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내용이 투자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수정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금감원의 두 번째 정정 요구로 두산그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시에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요구 배경을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다. 현재 두산은 두산밥캣 지분을 14%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개편이 마무리되면 로보틱스·밥캣이 합병한 법인의 42%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선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와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받았다는 측면에서 반발이 크게 일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합병비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를 수리하지 않겠다며 압박해왔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비한 점이 있을 경우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 7월 24일 있었던 정정요구에 따라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검토 결과,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 분할 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 금감원의 요구사항에 대한 보완이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통해 주주들의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히 제공되도록 보완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선 구조개편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조개편을 논의한 시점과 검토 내역 ▲그간의 진행 과정 ▲거래시점 결정 경위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금흐름할인법, 배당할인법 등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효익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방법과 비교할 것 등을 요구했다. 분할 신설부문(두산밥캣 지분 보유)의 수익가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모형을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측은 "회사가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정정요구일로부터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라며 "새로운 정정신고서가 제출된 경우 그날부터 수리돼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재기산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회사가 정정신고서 제출 시 정정요구 사항이 충실히 반영됐는지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며 "투자자께서는 이번 정정요구에 따라 제출될 증권신고서의 기재 내용과 향후 일정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