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IB 부서서 리테일로 전향 '중고신인'재기발랄 이력 눈길…리그오브레전드 최상위 티어"IB 경력 살린 채권 영업·광화문지점 주식 DNA 내재화"
  • ▲ 김지환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PB ⓒ서성진 기자
    ▲ 김지환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PB ⓒ서성진 기자
    김지환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PB(차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전통 기업금융(IB) 업무를 하던 부서에서 리테일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 업무 부서 가운데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는 IB 부서는 최선호 부서로 꼽힌다. 굵직한 딜을 기반으로 고액연봉자가 많은 탓에 증권사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타 업권으로도 이직이 잦다. IB맨의 전향은 그간 업력을 발판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벤처캐피탈(VC) 업계로의 이직이 좀 더 자연스럽다.

    김 PB는 SK증권 IB부서에서 7년간 DCM과 ECM 업무를 맡았다. 회사채나 메자닌 발행, 투자조합 설립, LP 참여, 증자, 삼각합병, 신기술금융 등 실무자로서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거의 경험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으로 적을 옮긴 뒤 스톰테크, 진영 등 IPO 상장 주관 업무에 관여했다. 8년간의 IB 생활을 끝내고 지난 7월 적을 옮긴 그는 PB로서는 '중고 신인'이다.

    주니어급 IB맨으로서 한창 업력을 쌓아가고 있던 그에게 리테일 영업으로의 방향 전환은 큰 도전이다.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남들은 IB부서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대로 돌아서는 것을 답답해하는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그가 리테일에 뛰어든 건 IB보다 기회가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김 PB의 직급으로는 IB업무에서 실무 밖을 벗어나기 쉽지 않았고, 영업해야 할 곳도 제한적이었다. 그에게 목표나 방향이 한정돼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고 한다.

    최근엔 IB 비지니스의 기류가 달라지면서 리테일과의 유기적인 협업도 강조되는 추세다. 전통적인 IB부서에서 하던 딜소싱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주선 등에 이르기까지 리테일에서도 커버하면서 영역 간 업무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IB는 리테일보다 볼륨이 큰 딜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 건 한 건에서 수수료를 크게 벌 기회가 많이 있어요. 법인 영업보다 개인 투자자 영업은 좀 더 변수가 많고 힘들다는 통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리테일 영업에서의 큰 리스크에서도 저는 긍정적인 불확실성에 주목했습니다. 온전한 책임과 보상이 오롯이 개인에게 부여되는 곳이에요.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수 창출이 많은 포지션이 바로 리테일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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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기발랄 '만능 뚫어뻥' PB 되고파

    지인들 사이에서 김 PB는 소문난 '잡기왕'이다. 어릴적부터 뭐든 열심히 하면 좋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것에 곧잘 몰두했다. 했을 때 대충 하는 법도 없었다. 지나치는 시간이 아까워 평일엔 하루 2~3시간만 자며 쪼개어 썼다.

    미국 유학 중이던 대학 시절 교내 볼링대회 우승 및 교내 대표, 골프 아마추어 스크린대회 입상, 한강크로스스위밍챌린지 1위 완영, 고교 시절 스타크래프트 프로구단 연습생, 리그오브레전드 최상위 티어 4시즌 연속 챌린저 달성 등 그 시간으로 쌓아올린 이색 이력이 많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게 다 재밌고 금세 배웠어요. 하나에 빠지면 몰아치면서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데, 그렇게 하다보니 이것저것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더라고요(웃음).

    대학 시절 모건스탠리에서 인턴을 하며 학업과 경력을 채워가는 바쁜 와중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하루를 촘촘히 보냈다. 대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이 그냥 버리고 가는 멀쩡한 가구가 너무 아까워 깨끗이 손질해 렌트한 창고에 보관하고, 그럴싸 하게 사진을 찍어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일종의 당근마켓 같은 것이었다. 기숙사 식당쿠폰 거래 페이지도 만들어 운영했는데,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이를 사용했다.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고, 여기서 번 돈은 학비나 생활비로 보탰다.

    "1학년은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해야 해서 식당 쿠폰이 아주 저렴하게 판매됐는데, 이 친구들은 맨날 이걸 먹다보니 질려서 쿠폰이 남아돌았어요. 기숙사 식당이 엄청 맛깔나게 잘 나오는 편이었는데, 2~4학년에겐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죠. 이들에겐 기숙사 식당은 향수와 추억이 있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이 니즈를 읽고, SNS 페이지를 통해 판매 매칭을 해줬어요. 전교생 중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 페이지를 활용했죠."

    윗선에서도 그의 IB 경력만큼이나 이같은 재기발랄한 다양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영업 영역에선 김 PB의 여러 경험과 도전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PB 역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고객과 조금 더 가까이 공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가 영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공감'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현재 그의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사람을 관리할 때도 촘촘히, 철저히 하려고 한다.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만난 사람의 이름, 나이, 회사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그날 나눈 대화, 특징적인 부분까지 적어놓는다.

    "예를 들면 함께 골프를 쳤는데 그립 잡는 방식까지 사소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디테일하게 엑셀 파일에 적어놓고 다음에 만날 땐 대화의 소스로 풀어가요. 전화 통화 전이나 다음 미팅에서는 쌓여 있는 기록들을 미리 복기하고 만나고요."

    공감에 더해 다양한 경험을 살려 적절한 재테크 솔루션까지 제공해주는 PB, 이른바 '만능 뚫어뻥' PB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IB에서 오랜 기간 채권 업무를 해온 만큼 당장은 위탁매매(BK)보단 자산관리(AM)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센터장인 문필복 전무를 필두로 잘나가는 주식 전문 PB들이 모여있는 광화문지점의 독특한 장점을 내재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일선 PB들 사이에선 주식을 배우기 위해 이곳으로 이직하는 일도 적지 않다. 주식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진 않겠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에서 선배들의 좋은 노하우를 얻어갈 것이란 기대가 김 PB 역시 크다.

    "이제야 계좌를 조금씩 늘리고, 주식 포트폴리오도 거의 비어 있는 상태에서 지난 블랙먼데이 폭락을 맞았어요. 덕분에 좋은 주식을 싸게 담을 수 있었죠. 아직은 기본급에 아주 적은 인센티브만 받아가고 있지만 정말 운 좋게 초반 수익률은 선전하고 있습니다(웃음)."

    리테일에 이제 첫발을 딛은 그가 요즘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다. '고객의 돈을 벌어주면 나의 돈도 벌어진다'는 말이다.

    "문필복 센터장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에요. 저 혼자 잘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PB로서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만능 뚫어뻥' 김지환,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