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침체 우려에 엔비디아 10% 폭락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급락세 엔비디아 단기 부침 지속 전망…"반도체株 관망 대응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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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하자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엔비디아 주가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의 약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15% 급락한 2580.80선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2.80% 내린 2589.94로 출발해 장 시작과 동시에 2600선이 무너졌다. 종가 기준 코스피 2500선 마감은 지난달 9일(2588.43)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날 코스닥도 전일 대비 3.76% 내린 731.75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가 급락한 건 부진한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감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밑돌았다. 

    이로써 제조업 PMI 지수는 4월부터 5개월 연속 50 미만을 나타냈다. 제조업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같은 날 스탠더드푸어스(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역시 경기 침체 우려감을 키웠다. S&P글로벌의 8월 제조업 PMI는 47.9로 전월(49.6)과 전망치(48)를 모두 밑돌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허리케인 베릴 같은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당연히 8월 ISM제조업 지수가 반등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등 폭은 예상보다 작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 등 일부 기업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한 소환장을 보냈다는 소식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영향으로 간밤 뉴욕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9.53% 폭락했고, 하루 만에 374조원이 증발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7.75% 급락했다.

    국내 증시 역시 반도체주들의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45% 하락한 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한때 4% 가까이 급락하면서 6만원대로 내려왔다. 장 중 6만원선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9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의 낙폭은 더 가팔랐다. 이는 전일 대비 8.02% 급락한 15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 중 한때 9% 넘게 하락해 15만원선도 위협받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쓰이는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한미반도체도 7.00% 내린 1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9만8900원까지 떨어지며 10만원선 밑으로 내려왔다.

    이른바 'AI 버블론'이 시장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주가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현재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한 간밤 미 증시의 낙폭 역시 과도했다는 분석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제조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산업인 컴퓨터·전자 산업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 대선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대선 전까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것은 여전히 기우라는 생각"이라며 "이번주 남은 주요 경제지표, ISM 서비스업 지수, 고용 등이 확인되면서 경기 우려는 다시 되돌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종목들의 반등 요건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최대 165달러까지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당분간 주가 조정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지연에 의한 3 분기 수요 공백, 낮아진 성장 가속도 등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적 관점에서 부침이 예상된다"며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 조정 국면이 종료되고 4분기 지연된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며 꾸준한 성장세를 증명할 경우 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 역시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가 조정을 고려할 때 국내 반도체 대형주 투자에 대한 관망 대응을 조언하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3E 8단 출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근 주가가 단기간 내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켜보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