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MBK,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 추진고려아연 편 선 지역사회·정치권 비판 "적대적 M&A"연일 치솟는 주가…"공개매수로 주가 변동성 확대 예상"
  • ▲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인데요. 

    지난 13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 소유의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등극, 향후 영풍과 함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한다는 입장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과 6개월간 평균종가(거래량평균가중가격 51만6735원 및 50만7393원)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입니다.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확보와 강화 목적으로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실시합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들고 있습니다. 영풍정밀의 시총은 19일 오전 10시 기준 249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고려아연(시총 13조9126억원)에 대한 경영권을 추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입니다. MBK는 공개매수 대상주식에 대한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 응모주식 전량을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서막은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영풍의 '기습 공격'에 창업자 후손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인데요. 고려아연은 지난 18일 영풍의 주요 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격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진행하는 공개매수는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인수합병)"라며 "공개매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여론은 고려아연 측에 우호적인 모습입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물론 소액주주들까지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려아연 공장이 있는 울산시의회와 김두겸 울산시장,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등은 지난 16일부터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고려아연 노조도 19일 반대 성명을 내고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이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MBK파트너스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며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결국 승패는 지분확보에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은 각각 33.13%, 33.99%로, 공개매수 성공 시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대 47.74%로 늘어나 사실상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2.39%)와 국민연금 지분(7.57%)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2.92%의 유통 물량이 남습니다. 

    소액 주주 등의 지지를 받는 상황은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지점이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고려아연이 우호세력 확보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이를 막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영풍 측이 지분율 과반을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고려아연 측은 우선적으로 유통 물량 22.92% 중 6.05%(약 6965억원) 지분을 추가 취득해야 합니다. 

    통상 공개매수 시 공개매수가격 프리미엄과 현 주가의 차이가 나타날 경우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던 만큼 이번 공개매수로 인한 주가 상승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매번 공개매수 때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릴 전망입니다. 

    이미 고려아연의 주가는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치솟았는데요. 지난 13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일 대비 19.78% 급등한 66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영풍과 영풍정밀은 모두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긴 연휴 뒤 첫 거래일인 19일 오전 10시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67만원을 돌파했고, 영풍과 영풍정밀은 상한가를 기록 중입니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기간 막바지까지 66만원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필요성이 낮아져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추가로 상승한다면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가능성도 나옵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개매수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을 포함해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응 전략 등에 따라 고려아연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