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블랙먼데이’ 이후 5.4% 하락…코스닥 6.48%↓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보관금액·투자이민 증가‘밸류업 효과 미미’ 지적도…김소영 “기업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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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식 시장이 지난 8월 초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이후 좀처럼 반등세를 타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반면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47대 대통령 선거 승리로 급등한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8월 2일 이후 5.4% 하락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6.48% 급락했다. 이는 G20(주요 20개국) 중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15.94%)와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튀르키예(-11.43%)를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이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14.97%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2.14%, 10.70% 상승했다.

    이 밖에 주변국인 일본의 닛케이225지수(10.0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9.44%), 홍콩 항셍지수(20.54%) 등도 두 자릿수대로 상승했고 캐나다(11.39%), 독일(10.12%), 이탈리아(5.61%), 호주(4.07%)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주가지수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에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984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 투자자도 386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 홀로 3578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매수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횡보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탈출을 감행한 모습이다.

    투자이민 사례도 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미국 회계연도 기준) 주한 미국 영사관이 투자이민(EB-5) 비자를 발급한 건수가 365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171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며 올해 6월 한 달간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한 건수도 105건으로 평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49조5973억원으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 50조원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1월 26일(49조649억원) 이후 처음이며 현재까지도 49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한화 약 140조1700억원)를 돌파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결제일 기준) 기준 1013억6571만달러(약 142조843억원)로 집계됐다.

    이들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은 테슬라로 보관금액은 167억달러(약 23조4084억원)였으며 엔비디아(138억달러·약 3435억원), 애플(46억달러·약 6조4478억원), 마이크로소프트(36억달러·약 5조3265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이는 지난 5일 치러진 미 대선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대규모 법인세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영향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장희종 iM증권 연구원은 “이전 트럼프 집권 시절에 미국 증시는 여타 지역 증시 대비 강세가 뚜렷했고 달러화도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기록했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 따른 미국만의 강세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방면으로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인하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닥이라는 호재를 안고도 공회전하고 있다”며 “상속세율 완화,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코스피가 글로벌 주가지수 대비 부진한 상황에 대해 “우리 증시가 코로나 이후 3500포인트 근처에 간 적이 있는데, 그건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그 전에 2500을 꾸준히 유지했던 적도 없어 중장기적 추세를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 본인이 밸류업에 노력하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 기업들이 좀 더 노력해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주는 제도로 보시면 된다“며 ”인센티브는 어떤 것이 있을지 좀 더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