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지주 ‘밸류업 계획’ 상 자영업대출 축소인터넷은행, 자영업 상품라인업 강화… ‘빈틈’ 공략혁신 대신 기존 은행권 영업방식 답습… 이자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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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제공.
    자본비율 관리가 시급한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소홀한 사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낮은 금리를 앞세운 주택담보대출 흡수에 제동이 걸리자 다시금 시중은행의 빈틈에서 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7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상반기 월평균 증가액(6899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앞서 9월에는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178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금융지주가 CET1(보통주자본) 비율에 연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하면서 계열사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RWA(위험가중자산) 관리에 나선 것이다. [관련기사:"밸류업하랬더니 고객밸류 따지는 은행"… 자영업대출 외면]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영업이 시들한 빈틈을 발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3분기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원가량 급증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서도 약 3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8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결과 카카오뱅크는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 1242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향후 성장전략의 중심에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세웠다. 내년 개인사업자 대상 1억원 초과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등 신 상품을 출시해 자영업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달 15일 개최한 IPO(기업공개) 간담회에서 향후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행장은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한 뒤 매일 1000건 이상의 대출 신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내년에도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개인사업자 사장님을 위한 담보 종류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은 케이뱅크가 지난 8월 인터넷은행 중 처음 100% 비대면으로 선보인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이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 8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 방문 없이 대출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지원' 대출을 출시하는 등 개인사업자대출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이 적어 위험가중치가 높은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할 여력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 혁신을 일으키는 ‘메기’ 역할보다 기존 은행권의 영업방식을 답습하며 이자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의 전체 영업수익 중 비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전년동기(19%)와 비교해 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시중은행인 우리은행(17.3%)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는 금융권에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기존 은행과 다른 영업방식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