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거래대금, 연초 25조 원 → 15조 원 40% 감소신용융자 잔고 16.6조 원대 하락…작년 2월 이후 1년 9개월만뚜렷한 주도주 없는 시장…업종별 순환매 장세 불가피 전망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 열기도 급격히 꺾인 모습이다. 주식시장 내 거래대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업종별 변동성은 한층 더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국내 주식시장 내 거래대금은 총 15조4394억 원(코스피 8조7099억 원‧코스닥 6조72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주식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22조~23조 원에 육박하던 것과 비교하면 4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증시 거래대금은 주식시장 참여자의 규모와 거래 정도를 나타낸다. 증시 침체 여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거래대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약해지고, 시장의 신뢰도도 하락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신용융자 잔고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16조6336억 원으로 집계, 지난 18일에 이어 6거래일 연속 16조 원대를 기록했다. 신용공여 잔고가 16조6000억 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9개월여만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의미한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담보유지비율을 지키면 통상 3개월 후에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신용융자 잔고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국내 증시가 앞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주식시장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에도 그나마 증시를 뒷받침했던 개인투자자들마저 해외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증시의 활력을 빼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37억4900만 달러로 지난 1월 대비 60%가량 급증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이른바 '개미'들은 미국 증시로 향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내 고객예탁금 이탈 및 거래대금 위축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도주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강력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업종별 순환매 장세와 개별주의 변동성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IMF 한국미션단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며 대외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하방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고, 국내 상장사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증시에 대한 언더웨잇 의견도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증시의 전방위적인 상승세를 이끌 뚜렷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국내 증시는 종목, 테마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순환매 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단기 트레이딩의 기회는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말 수급 패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바닥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변동성이 축소하면,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올 4분기 답답한 흐름에서 벗어나 내년 상반기에는 탄력적인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위험자산인 신흥국, 신흥 아시아 증시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익 개선 기여도가 높고 이익 모멘텀이 강한 조선과 기계 업종, 대표적인 성장주이면서 장기 소외주인 2차전지와 인터넷, 제약‧바이오가 코스피 반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