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장악' 의지 드러낸 연말 범농협 인사28명 중 19명 신임 임원으로 교체 '역대급' 농협은행장 등 금융계열사 CEO도 물갈이 예고
  • ▲ 강호동(오른쪽) 농협중앙회 회장ⓒ뉴데일리
    ▲ 강호동(오른쪽) 농협중앙회 회장ⓒ뉴데일리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금융 계열사 임원 70%가 물갈이됐다. 

    역대급 파격 인사로 농협 내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요직에 최측근 인사를 앉힌 것으로 해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부사장, 부행장(보) 총 28명 중 19명(68%)이 지난 4일 신임 간부로 교체됐다. 

    농협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금융권 임원 인사로 전임 회장 라인이 대부분 물갈이됐으며 강호동 회장 인사들로 채워졌다”면서 “교체 규모만 보면 역대급 파격 인사로 농협 내 강 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오세윤 NH저축은행, 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3곳 CEO(최고경영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초 수장 자리에 오른 이들 3곳 CEO의 임기는 내년 연말까지다. 

    강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과 농협은행장 교체에 맞춰 전임 회장 때 선출된 인사를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장 교체의 가장 큰 명분은 금융사고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올해 들어 8월까지 업무상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지난 3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를 내정할 당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로 추천했으나 농협금융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정면충돌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 경영 전반에 대한 검사를 단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내부출신인 윤병운 부사장이 증권사 수장에 올랐다. 

    농협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행장은 전임 회장 시절 인사인 만큼 연말 인사에서 강 회장이 본인 주변 인물을 앉히려 할 것”이라고 했다. 

    농협금융은 이달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통상 12월 중순 지주 이사회를 개최하고 행장 등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발표해왔다.

    이석용 행장 후임으로는 강호동 회장의 측근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모두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출신들이다.

    농협 관계자는 “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동향 출신인 류길년 중앙회 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을 요직인 비서실장으로 임명했고, 지난주 인사에서는 류 국장을 경남지역본부장으로 발탁하는 등 지역 안배를 배제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조직 장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