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줄어든 5대 은행 요구불예금 돌연 급증 환차익 실현+갈 곳 잃은 돈, 대기자금에 몰려 전문가, 당분간 시장 관망 혹은 미국 채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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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 대기자금으로 쏠리고 있다. 외화예금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출렁이고 있다. 

    정치적 혼란 지속으로 당분간 급격한 ‘머니무브’ 등 변동성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12조 급증, 유동성 확보 심리 강화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6일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2조 4099억원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600조 2615억원) 대비 12조1484억원 증가했다. 

    지난 석 달 새 15조원가량 감소한 요구불예금이 돌연 늘어난 데는 계엄과 탄핵 표결로 이어진 정국 혼란 영향이 컸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대기자금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강달러로 인한 환차익 확대도 요구불예금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치발(發) 불확실성 확대에 금융소비자들의 재테크 셈법도 복잡해졌다. 

    달러 예금은 밀물과 썰물이 공존하고 있다.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87조1700억원(612억1700만 달러)이었으나 원화 가치 급락으로 지난 5일 86조7700억원(609억3100만 달러)으로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차익실현이 몰린 영향이다. 

    반면 지난 6일에는 87조7591억원(611억7751만 달러)로 또다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예상에 달러 잔액이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루 만에 주요 시중은행에서 1조 2600억원 규모의 달러 엔화·예금이 이탈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과 개인이 외화 자금을 대거 인출한 영향으로, 금융당국도 외화자금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소집하고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원활한 자금 중개와 유동성 확보를 당부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시중은행 여신·자금 담당 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원화·외화 유동성 등 은행의 자금 사정 점검과 함께 기업금융과 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오전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외화 자금 동향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하겠다"며 "환율 상승과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투자보단 시장 관망… 변동 정보 신속 제공”

    전문가들은 높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감안해 관망세를 유지하거나 국내 아닌 해외 투자를 권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권유를 하기보다는 고객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지키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변동상황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혜진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국내 주식 시장은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이라 가급적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미국 채권도 금리가 하향 조정되겠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연 4%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 채권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달러 등 외화 자산에 대해서는 매수보단 매도를 추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달러예금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이미 고점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는다”면서 “달러를 갖고 있는 고객들은 분할 매도를 통한 차익실현을 고려할 타이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