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비상 상황에 금융당국 관치 실종금융사 수장, 입맛대로 인사… 조직 장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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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해마다 반복됐던 금융권 연말 인사개입 관치(官治) 논란이 잠잠해졌다.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외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제 컨트롤 타워 기능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서다.비상 상황 속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을 비롯한 주변의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운 모습이다.금융권 수장들은 ‘내 식구’ 챙기기로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는 등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 앞으로 경제에 몰아닥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우리은행은 12일 세대교체 등 조직 슬림화와 내부통제 강화 기조를 담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정진완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조직 혁신 의지가 담긴 첫 번째 쇄신 조치다.이에 따라 부행장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대폭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11명이 물러났다. 승진한 부행장 6명 중에는 71년생도 포함돼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뤘다.해외법인장의 연령도 대폭 낮췄다. 부행장 임기를 마친 임원을 미국, 베트남, 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장으로 배치하던 관행을 깨고, 70년대생 본부장급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1968년생인 정진완 행장 내정자의 나이를 감안한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풀이된다.조직개편에서는 부문장 2명이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 산하 사업그룹들을 나눠 담당하는 기존 방식을 폐지했다.또 내부통제 고도화를 위해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했다.우리금융도 이날 9명의 임원 가운데 3명을 교체했다.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정진완 차기 행장이 우리은행을 이끌면서 임 회장이 ‘조직 장악’을 재차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계엄 사태 전까지 연일 임종룡 회장 거취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그러나 정국이 급변하고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지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 원장은 당초 우리은행 불법대출 등 금융권 주요 검사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 경제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초로 연기했다.이 원장이 계엄 사태 이후 후폭풍에 속도 조절을 하는 모양새로 풀이된다.하나금융그룹도 함영주 회장 체제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 회장 나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최근 손질했다.이사 선임 임기와 관련된 새 규범에서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임기 3년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함 회장이 내년 초 연임할 경우 새 규정에 따라 최장 3년간 임기를 보장받는다. 함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계열사 대표 인사를 진행 중인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에 대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 행사가 본격화한 모습이다.농협금융은 최근 서국동 농협손보·오세윤 NH저축은행·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3곳 CEO(최고경영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강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과 농협은행장 교체에 맞춰 전임 회장 때 선출된 인사를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강호동 회장은 최근 금융계열사 임원 70%를 물갈이하기도 했다. 역대급 파격 인사로 농협 내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요직에 최측근 인사를 앉힌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