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총량한도 리셋”… 주요 은행 대출제한 완화 가산금리 22차례 높인 5대 은행… 가계예대금리차 0.19%↑ ‘이자 호황’에 올해 4대금융 순익 17조 육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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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조치를 풀기 시작했다. 올해 가계빚 총량관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만큼, 대출총량이 초기화되는 새해 영업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겠다며 한껏 높여 놓은 가산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어 또 다시 ‘이자따먹기’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한도 올리고 판매재개”… 가계대출 새해 영업 채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제한사항을 단계적으로 해제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는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아지고 그동안 중단했던 주담대의 MCI(모기지보험) 취급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접수하기로 했다.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내년 실행되는 대출부터 적용된다.

    또 내년부터는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풀고, 비대면 대출도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다른 은행들도 내년 영업을 위해 그간 걸어 잠궜던 가계대출 문을 점차 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23일부터 비대면 대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대면 상품 판매 중단 기한은 이달 8일까지였는데 원활한 대출 관리를 위해 기한을 22일로 연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고, 타행의 주담대를 국민은행의 주담대로 갈아타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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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문 열리지만… ‘대출자 고통’ 가산금리 요지부동

    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조치 풀고 있는 건 새해에는 연간 관리 한도가 초기화돼 대출을 내줄 여력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영업 준비에 나서면서 차주들의 고통을 키운 가산금리는 조정하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제한조치 완화 논의에서 아직 가산금리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금리는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출 경쟁이 본격화하면 대출금리도 낮아지게 되지 않알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고음이 켜지자 은행권은 인위적인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부터 높였다. 이자부담을 키워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7~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산금리를 높인 횟수는 총 22회에 달한다. 이 기간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대 1.4%포인트나 높아졌다.

    금융소비자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등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금리’에 은행 마진이 포함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끌어올린 ‘가산금리’는 요지부동이다.

    5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16일 기준 연 3.36~5.76%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0월 초(연 3.63~6.03%) 대비 0.3%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에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중 처음 3%대 아래로 떨어진 이후 최근까지 2.9%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에 쓰이는 코픽스 금리도 두달 연속 하락세다. 

    ◇ 4대 금융 ‘이자따먹기’로 역대급 실적 잔치

    문제는 가산금리를 통해 대출금리 인하폭을 줄이면서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평균 1.05%포인트로 올해 1월(0.86%포인트)와 비교해 0.19%포인트 확대됐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은행이 갖는 마진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다.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올해 금융지주들은 은행권의 이자장사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15조1367억원)보다 11.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정치권과 여론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지만, 내년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뒤에 숨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경기부진에 기업대출 리스크가 커졌고 밸류업 과제(자본건전성 관리)까지 챙기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가계대출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