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육박…정치 리스크로 상승압력 확대수출 중심 업종 두각…반도체·조선 섹터 주가 강세“고환율 수혜주·비수혜주간 차별화 흐름 지속될 것”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매파적 행보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치솟고 있다. 강달러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도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486.6원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85원을 넘었으며 지난 23일부터 5거래일간 16.1원(1.11%)이나 급등했다.

    이는 최근 미 연준이 내년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데다 국내 경기 부진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악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로 정치 리스크가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기화된 점이 국가 신인도·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원화 약세·달러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지수 흐름과 상관없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확대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연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압력이 확대될 공산이 높다”며 “더욱이 연초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미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국내 경기 둔화 압력 확대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환율의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고 설명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향후 원·달러 환율의 상방은 정치적 이벤트의 전개에 달렸다”며 “2025년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이 부각 시 환율은 1500원대 초반까지도 오버슈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은 강달러 국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수출 중심 업종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실제 올 12월 대부분 지수가 약세를 나타냈지만, ‘KRX 반도체 Top 15’는 7.09% 상승했다. 이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ISC는 38.08%나 급등했고 ▲피에스케이홀딩스(26.57%) ▲리노공업(24.43%) ▲이오테크닉스(19.88%) ▲테크윙(12.25%) ▲한미반도체(11.53%) ▲와이씨(10.21%)가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KRX 자동차’ 지수는 0.34% 올랐는데, 기아는 8.61% 오른 반면 현대차는 1.60% 하락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글로벌 생산대수·매출액 중 31%·45% 이상이 달러에 노출돼 있는 특성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완성차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최근 환율이 단순 변동보다는 내수 경기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면서 판매 대수에 대한 우려가 있고 해외에서 경쟁 중인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최근 3개월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으며 최근 자동차 이익이 물량·가격보다는 환율 변동에 기인하면서 이익 지속성에 대한 밸류에이션 할인의 형태로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가 환율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주들도 강달러 국면 속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고 인력은 국내에 있어 비용은 원화로 지급하는 더블유게임즈,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의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 중 달러 자산이 많은 기업의 영업 외 수익 인식으로 순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4분기 말 기준 환율이 1450.6원 수준에서 마감 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러한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지속 수혜 가능한 구조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건조 비용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도 강세다. HJ중공업은 이달 들어 33.04%나 급등했고 ▲HD현대중공업(31.59%) ▲HD한국조선해양(12.96%) ▲HD현대미포(7.48%) ▲한화오션(5.43%)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조선사의 환헷지 비율은 60~100%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와 같이 환율의 방향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상황에서는 비율을 유연하게 조절한다”며 “아직 2025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2025년 계획환율 또한 1300원 중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는 바,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은 분명 향후 실적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지속됨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약 60원 급등함에 따라 업종 측면에서도 고환율 수혜주와 비수혜주간 차별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보편관세 시행 등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원재료 수급 비용 등의 요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만, 현 수준의 높은 환율 레벨이 지속될 경우 대략 1개 분기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고환율 수혜주 내에서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