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개월 연속 하락한 코스피, 새해 들어선 반전'정국 불안·고환율·트럼프2기' 첩첩산중 악재 여전 기업 실적·환율 안정이 증시 추세 전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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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이어지는 정국 불안으로 인한 고환율 상황과 내수 부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녹록치 않은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 부진으로 '록 바텀(rock bottom·진바닥)'을 확인했다는 진단이 중론인 가운데 기업 실적·환율이 증시 추세 전환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개월 연속 내리막' 작년 세계 최하위 성적 코스피

    지난해 코스피는 6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걸었다. 코스피가 6개월 이상 하락한 사례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가 있었다. 

    최장 기록은 1997년 6~12월까지 7개월로, 지난해 6개월 연속 하락 마감은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장 하락 기록이다.

    상반기 코스피는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연말까지 17% 추락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주요 21개국 20위를 차지하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바닥 찍었다"…첩첩산중 악재에도 새해 들어 달라진 분위기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2024년을 마친 코스피는 새해 들어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3~7일 3거래일간 3.88% 상승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 현재도 0.66% 상승하면서 4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통상적으로 정책기대감과 대주주 양도세 물량 등으로 연초 '1월 효과'가 나타나는데다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수준까지 떨어져 역사적인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뜻은 청산 가치보다 현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각종 악재를 감안해도 코스피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해 2400의 강한 하방 경직성을 확인했다. 한국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둔화를 100번 인정하더라도 10%대 영업이익률과 ROE 대비 PBR 0.8배 저평가는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 장기화로 인한 원·달러 고환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본격적인 정책 집행 등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9월 이후 30bp 초반을 유지해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12월 3일 이후 오름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한 불안이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영향이다.

    계엄 이후 1500원대에 근접하며 고공행진한 원·달러 환율은 새해에도 145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주요국 통화 중 두드러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건 국내 정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부담 등 복합적인 영향이다.

    정치적 불안은 기업 의사 결정을 늦추고 외국인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실제 최근 발표된 12월 소비자심리지수 (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내렸다. 이는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12월 기업심리지수 (BSI)도 87.0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대규모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달러 강세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는 국내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하여 보편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약 222억~448억달러(약 31조~62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반영한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GDP)은 최대 0.67%포인트 내릴 전망이다.

    박승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취임이 매수 기회인지 여부는 그전까지 국내 금융시장이 얼마나 리스크를 선반영하느냐에 달렸다. 정치 상황까지 더해져 덜 반영하기보단 더 반영하는 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찐' 반등하려면 환율 진정·실적 추세 전환…외인 귀환 기대

    코스피 향방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고환율 상황의 진정 여부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복귀 시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마땅한 환율 하락 재료가 없다. 오히려 1월 대외적으로는 강달러 압력이 재확대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따른 환율 상방 압력이 더 큰 상황"이라며 "트럼프 취임 전후로 단기적 달러화 상방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부재와 경기 둔화 지속으로 상반기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올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수출 턴어라운드와 이익 개선이 이뤄지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기대된다.

    주식시장의 선반영을 고려할 때 상반기 저점 매수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상반기 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