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삼성 D램 재고일수 18주SK하이닉스·마이크론 각각 13주수요 부진·中 공급 물량에 재고 ↑일각선 "HBM 납품 지연도 영향"재고 늘며 1분기 계약가도 약세 전망고용량·고부가가치로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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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의 12나노급 DDR5.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재고일수가 18주로 최근 3년 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13주와 비교해도 5주 앞선 데다, 적정 재고일수인 6주를 약 3배 초과한 수준이다. 하반기 메모리 수급 개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납품과 재고 관리 재검토와 같은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재고일수는 18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인 2023년 4분기와 비교하면 8주 증가한 것으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작년 4분기 D램 재고일수는 각각 13주로 집계됐다.올해 초와 비교하면 메모리 3사 모두 재고일수가 늘었다. 증가 폭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7주, SK하이닉스는 5주, 마이크론은 2주 증가했다.재고일수는 반도체 완제품 생산 완료 후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을 추산한 것으로, 현재 재고량이 언제 소진되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업계에서는 기업이 단기적인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면서도, 과잉 재고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적정 재고일수를 5~6주 정도로 본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적정 재고일수를 3배가량 크게 웃돈다.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D램 재고일수의 증가 배경으로는 살아나지 않는 수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 부담과 중국의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서버와 PC,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구매업체들 또한 축적해 놓은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여기에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한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는 점도 재고일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CXMT의 D램 생산능력(CAPA) 점유율은 작년 3분기 11%로 3위 마이크론(18%)을 바짝 추격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서 CXMT가 2026년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점유율 3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으로 D램 재고일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3E 8단·12단은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납품 승인 지연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HBM이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제품인 만큼 D램의 재고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재고가 쌓일수록 판매 단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재고떨이’를 해 가격이 내려가고, 이것이 수익에 영향을 주는 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회사 간 반도체 계약은 3개월마다 갱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D램 계약가도 약세가 전망된다.매출 내 범용 D램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비해 재고 압박이 큰 만큼 가격 인하를 적극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으로 적극 재고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시장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반도체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범용 D램이 DDR5 등 또한 중국 업체의 추격이 무서운 상황이다. 일례로 CXMT는 최근 DDR5 제품의 수율 80%를 달성하고 중국 현지 메모리 모듈 업체인 킹뱅크, 글로웨이 등을 통해 32GB DDR5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XMT DDR5의 수율은 80%로 SK하이닉스의 80~9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다.결국 삼성전자는 고용량,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D램 가격 약세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로의 HBM 납품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범용 D램과 달리 AI 서버향 HBM은 여전히 빅테크 중심으로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고 있어서다.골드만 삭스는 전날 HBM의 시장 규모(TAM)를 상향조정했다. 올해에는 기존 290억달러에서 360억달러로 24% 높여잡았고, 2026년에는 기존 370억달러에서 500억달러 34% 성장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