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엔비디아 3.5억달러 순매수…관련 ETF도 대거 사들여엔비디아 주가 18.81%↓…주가 변동성 확대에도 저가 매수세“딥시크, 엔비디아에 부정적…반도체 업계 발전엔 긍정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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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추론 모델 ‘R1’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면서 AI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이들 종목을 오히려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과소계상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중장기적으로는 딥시크의 등장이 AI 반도체 시장 규모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7~31일 엔비디아 주식 3억5417만달러(한화 약 5168억원)를 순매수했다. 이는 해외주식 가운데 순매수 규모 상위 2위 수준이다.미국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2위인 브로드컴은 7330만달러(약 1070억원)를 순매수하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또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상장지수펀드(ETF)와 엔비디아 주가를 2배 추종하는 ‘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를 각각 4억4506만달러(약 6495억원), 2억8571만달러(약 4169억원)어치 사들여 1·3위를 기록했다.국내 ETF 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 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을 137억원 순매수했지만,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1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앞서 중국 딥시크는 지난 27일 저비용으로도 오픈AI의 ‘o1’에 필적하는 모델 ‘R1’을 발표했다. 이에 글로벌 증시에서는 빅테크들의 경쟁력 악화 우려로 관련주들이 폭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 모습이다.실제 엔비디아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16.97% 폭락한 118.42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9.15% 급락했다. 이 밖에 브로드컴(-17.40%), TSMC(-13.33%), AMD(-6.37%), ASML(-5.75%) 등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다만, 엔비디아 주가는 여전히 12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27일 폭락 이후 다음 날 8.93% 상승하며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31일 기준 종가는 120.07달러다.증권가에서도 딥시크의 AI 모델 등장이 엔비디아에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성공은 반도체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엔비디아에는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엔비디아는 현재까지 끊임없이 신규 고성능 GPU를 출시하고 이를 AI 개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량 구매하면서 고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구형 저성능 GPU로 구현된 딥시크의 성공으로 엔비디아의 초고가 GPU 판매량과 70%에 달하는 이익률에 하락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향후 고객들은 무조건적인 초고가 AI GPU 구매보다는 효율성과 비용을 감안해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반면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섹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등장은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오픈소스 확산에 따른 개발자들의 증가 ▲경쟁 심화에 따른 개발 속도 증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의 성장 속도 증가 ▲모델 소형화·발전 등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업체들과 엣지 디바이스의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향성은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 지금보다 더 큰 AI 시장을 빠르게 맞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포인트라 생각되며 이는 단순히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메모리 시장 규모의 성장인 만큼 국내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