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고무 kg당 2달러 위협산림전용방지법 시행도 변수타이어 핵심 원자재 변동성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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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타이어
지난해 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의 여파로 고무값이 치솟으면서 타이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천연고무는 타이어 무게의 20~4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인 만큼 천연고무 가격 상승은 타이어 제조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4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고무 선물 가격은 ㎏당 1.9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1.53달러)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천연고무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지난해 말 태국 남부지역에 폭우와 홍수가 발생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지난해 9월 태국 북부 지역에선 11호 태풍 '야기(YAGI)'가 휩쓸면서 수백만 채의 가옥과 인프라가 파괴됐다. 이어 12월에는 태국 남부에 폭우 및 홍수가 강타하면서 남부 10개 주 66만 가구가 폭우에 따른 침수 등의 피해를 겪었다.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타이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천연고무는 타이어 무게의 20~4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타이어 산업은 천연고무 소비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천연고무 가격 상승은 타이어 제조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특히 고무나무 재배지의 80% 이상이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는데, 태국은 동남아 지역 생산량 중 약 33%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고무 생산량이 감소하면 타이어 업계를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타이어 제조업체들은 천연고무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대체 공급원 개발, 합성고무 사용 비율 증가, 저렴한 천연고무 생산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노력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EU)의 '산림전용방지법(EUDR)'도 고무 산업 및 가격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EUDR은 팜유, 소고기, 커피, 코코아, 콩, 고무, 목재 등 7개 품목이 2020년 12월 이후 벌채된 토지에서 생산될 경우 해당 품목 및 가공품의 EU 역내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당초 지난해 12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1년 연기됐다.업계 관계자는 "EUDR은 천연고무 공급 감소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무 재배업체와 타이어 제조사 모두 규제 대응 시간을 번 만큼 법안 시행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한편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일제히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고무 가격과 해상운임이 상승했음에도 고인치 타이어가 실적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컨센서스는 9조2263억 원으로 전년 사상 최대 매출(8조9396억 원)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9.7% 오른 1조7230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같은 기간 금호타이어의 매출 컨센서스는 4조4937억 원으로 2012년 사상 최대 매출(4조706억 원)을 웃돌 전망이다. 넥센타이어도 2조8700억 원의 매출로 전년 매출 신기록(2조7017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타이어 3사가 매출 성장세를 보인 건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등에서 SUV 판매가 크게 늘면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점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도래한 점도 실적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단 분석이 나오지만, 지난 2020년 이후 판매된 전기차들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시작되면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한국 타이어 제조사들의 제품이 호평받으면서 유럽·미국 등 해외소비자들이 타이어 교체 시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