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사장 “지토세 IIM-1 순조 … 27년 양산”日 정부 지원에 양산 속도 … 젠슨 황도 거론TSMC 추격 급한데 … 인텔·SIMC에 라피더스까지삼성 “2나노 1세대 연내 양산… 2세대는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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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Rapidus)가 4월부터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시험 생산에 돌입한다. TSMC를 추격할 핵심 기술로 2나노 양산에 공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인텔과 SIMC에 이어 라피더스의 도전까지 맞닥뜨리며 조급함을 느끼게 됐다.6일 닛케이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근 삿포로에서 홋카이도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오는 4월 1일부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시험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그는 “첫 번째 웨이퍼 공장인 IIM-1의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200대 이상의 장비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IIM-1는 라피더스의 첫 생산라인으로 현재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시(市)에 짓고 있다. 조만간 가스 공급 건물과 기타 부대 건물의 건설을 시작, 2월까지 생산라인 설치를 모두 마친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1월 말 촬영한 공장의 항공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라피더스는 예정대로 2027년 양산을 시작하면 2036년까지 10년간 18조엔(한화 약 171조원)의 누적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피더스가 시험생산에 나서는 제품은 미국 브로드컴의 칩으로 알려진다. 6월까지 시험 생산을 마치고 2나노 칩 샘플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브로드컴은 이를 검증한 후 공식 생산을 의뢰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의 고객사에는 구글과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포함돼있어, 라피더스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 셈이다.한참 후발주자인 라피더스가 2나노 공정 생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나노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기반 공정으로 아직 대량양산에 돌입하지 않았다. 특히 GAA는 파운드리 제조 공정 중 가장 공정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AI 칩의 전력 효율과 성능 개선이 지속 요구되면서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2나노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피더스는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위해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 등 기업 8곳의 출자를 받아 2022년 8월 세운 기업이다.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IBM의 도움을 받아 2나노 기술을 개발했다. 아직까지 양산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나 텐스토렌트 등이 공급망으로 언급한 상태다.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속도감있게 기술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라피더스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지원금만 1조200억엔에 달한다. 특히 올해 일본 경제산업성 예산안을 보면 반도체 산업에 총 3300억엔을 지원키로 배정했는데, 이 가운데 1000억엔을 라피더스에 지원한다. 이달 중에는 라피더스에 직접 투자와 부채 보증을 제공하는 법안을 완성해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의 채무 보증을 서는 일은 이례적이다.2나노 시장 선점을 노리던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을 되찾고자 2나노 공정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현재 삼성전자는 선두주자인 TSMC와 내수 수요에 빠르게 외형을 불려가는 중국 SIMC 추격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있다. TSMC는 올해 2나노 칩을 양산할 예정이며, 최근 1나노 공정 생산 공장 건설도 결정한 상태다. 여기에 라피더스와 인텔 등 추격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인텔은 2나노 보다 앞선 1.8나노급 18A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이에 파운드리 시장에서 반등하려면 2나노 선점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또한 취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 “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면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능력 증가)을 주문한 바 있다.업계 관계자는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으로 2나노 공정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다만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시험생산에 성공해도 양산까지 막대한 돈이 드는데 설립 5년 차인 회사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계획대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후발주자인 만큼 단가나 수율 등에서 눈에 띄는 이점을 내야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나노 1세대 공정은 지난해 상반기 고객사에 1.0 버전을 배포했고 올해 제품 양산 추진 중”이라면서 “성능을 개선한 2세대 공정은 올해 상반기 1.0버전 프로세스 디자인 키트를 고객사에 배포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