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기금 2055년 소진 전망 … 개혁 지연 시 부채 '눈덩이'연금개혁 골든타임 2월 … 정치권, 늦출 이유 없다는데 공감탄핵 정국이 기회? … 권한대행 체제서 개혁 가속 가능성
  •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을 다시 논의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연금개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가 기존에 입장 차를 보였던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우선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멈춰 선 연금개혁 작업에 재시동이 걸렸다.

    관가 안팎에선 탄핵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지금이 연금개혁의 적기라는 말이 나온다. 연금개혁은 정권마다 '폭탄 돌리기'로 여겨졌던 불편한 과제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개혁을 추진할 경우, 현 정권은 물론 차기 정권까지도 정치적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수개혁이 신속히 완료될 경우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퇴직연금 등 전체 연금 체계를 다루는 '구조개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지금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연금개혁은 2월이 골든타임"이라며 "국민연금은 모든 소득 보장 제도의 근간이 되는 제도이고 핵심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좌표와 방향성을 설정해야 다른 제도들도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늦을수록 불어나는 부채 … 하루 885억·연 32조원씩 증가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국민연금 부채는 하루 885억원, 한달이면 2조7000억원, 연간 32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연금 부채란 현 체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했을 때 향후 70년간 연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한 재원(총 2231조원)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이 미뤄질수록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에 여야 모두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데는 뜻을 같이한다. 여야가 이미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9%→13%)과 소득대체율 조정(40%→44%) 안을 최종 확정하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현재보다 9년 늦춰진 2064년으로 예상된다.

    ◇ 여야, '모수개혁'에서 접점 … 연금특위 구성 두고 이견

    연금개혁 논의는 21대 국회 막판까지 진행됐으나, 여당이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당이 모수개혁부터 우선 추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모수개혁이 더 손쉽다면 그것부터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한 뒤, 이후 본격적인 구조개혁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연금개혁을 논의할 '주체'를 두고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모수개혁 논의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루자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모수개혁 입법은 보건복지위에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며 "연금개혁특위 논의로 시간을 끄는 것은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연금개혁에는 여러 부처가 관련된 만큼 특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 이달 내 연금개혁 매듭 가능할까 … 정국 변수도 고려해야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이달 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정국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모처럼 개혁 의지를 보이는 만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연금개혁이 되려면 정치적으로 협치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논의가 늦어질 수록 연금개혁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 수입과 기금 운용 수익을 연금의 축으로 삼으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기금을 소진시키지 않으면서도 보험료율을 자기가 낸 것 보다 적게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내야 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들부터 개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