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고 강행에 뭇매 … "명분 없어" 비난 쇄도10년 끌어온 사법 족쇄 … 등기이사 등재 기대감 깨져AI 미래 '스타게이트' 앞두고 … 이 회장 경영행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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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소심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이 다시 사법리스크에 갇혀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책임경영을 위한 마지막 단추인 등기이사 복귀를 하지 못하는데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이 회장의 활동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열린 1심과 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전날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상고 "명분 없다" 비난 쇄도 …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 무산각법조계에선 검찰이 1, 2심에서 완패하고도 상고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긴했지만 명분을 잃은 기계적 상고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놓는다. 앞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진두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고 단단히 준비돼 있지 못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검찰이 상고할 명분을 상실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정치권에서도 검찰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삼성 저격수 역할을 하던 국회의원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검찰의 이 회장 상고에 대해 "경제 살얼음판에 얼음 깨지라고 돌멩이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은 단지 일개 기업이 아니다. 삼성 위기가 심화되면 경제불안정성도 커진다. 그래서 검찰 상고는 경제 폭거"라고 했다.삼성은 검찰의 이 같은 결정에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지만 앞서 이미 오랜 시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사회 전반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검찰이 상고를 강행하면서 무엇보다 또 다시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게 어렵게 됐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내달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컸지만 이번 결정으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앞서 삼성 안팎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지 못한 이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삼성의 부담도 상당했다. 삼성의 외부 준법감시 기관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이찬희 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해왔을 정도로 삼성에게 가장 시급한 일이 이 회장의 완전한 복귀지만 그만큼 명분과 절차가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결국 삼성과 이 회장은 앞으로도 사법리스크가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을 감안해 등기이사 복귀를 다시 미뤄둘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현재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이고 반도체업계 등 관련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 ▲ 이재용 회장과 스타게이트 논의를 마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 최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눈 앞에 두고 … 또 발목 잡은 사법리스크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올해 미국 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AI(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참여를 눈 앞에 두고 이 회장이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수장이자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이 회장은 지난 3일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로 다음날인 4일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올트먼 CEO의 방한 일정에 따라 이 회장과의 회동이 결정됐고 이 자리에 손 회장이 전격 합류하면서 3자 만남이 성사됐다.AI 시장 진입이 경쟁사 대비 뒤늦은 경향이 있었던 삼성 입장에선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초대형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게 되면 새로운 IA 패러다임에서 다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삼성은 IDM으로 세계 1등인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 협업해 성과를 낼 경쟁력을 이미 갖췄다. 여기에 삼성의 모바일,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 능력까지 더해져 글로벌 AI 시장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이날 3자 회동을 통해 삼성이 실제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논의를 확대해갈 가능성이 제시돼 기대감을 높였다.손 회장은 이날 회동 후 "삼성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아주 좋은 논의를 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더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여기서 무엇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손 회장이 그동안 친분을 이어온 이 회장을 직접 찾아와 협력을 논의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인맥만으로도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고 직접 경영활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로는 충분하다는 평이다.이어지는 대법원 공판에 이 회장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앞선 재판들에 이어 최장 10년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부담은 여전하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앞선 재판에서처럼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내부에서도 재판을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대내외적인 이미지도 계속 고려할 수 밖에 없어 온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