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무·저해지 판매 확대→실적 부풀리기 논란당국, 해지율 가이드라인 강화하자 '킥스' 비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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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기 감지된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지급여력) 비율이 일제히 하락하면서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의 권고치인 '킥스 비율 150%' 이상 유지가 고민거리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주요 과제로 자본성 확충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역대 성적에도 … 킥스 비율은 내림세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하며 역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11.1% 증가한 2조2603억원, 삼성화재는 14.0% 성장한 2조767억원이었다.

    한화생명은 4.85% 오른 86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라이프(5284억원)와 KB라이프(2694억원)는 각각 11.9% 15.1% 상승하며 역대 최대 성적을 거뒀다.

    손해보험사도 성장세였다. DB손해보험은 1조8609억원(6.8%↑) 메리츠화재 1조7135억원(9.3%↑) KB손해보험 8395억원(17.7%↑) 현대해상 8505억원(48.1%↑) 등이었다.

    하지만 킥스 비율은 일제히 떨어지면서 자본건전성 관리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킥스 비율은 가입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낸다. 보험업법상 킥스 최소 기준치는 100%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역대 실적을 기록한 신한라이프의 경우 킥스 비율이 전년(250.8%) 대비 44.0%p 떨어진 206.8%였고 KB라이프 역시 전년(329.8%)보다 64.5%p 감소한 265.3%였다.

    생명보헙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지난해 3분기 말 킥스 비율은 전년 동기(201.5%)에 비해 8.0%p 하락해 193.5%에 그쳤다.

    ◇당국의 해지율 가이드라인, 킥스 비율 악화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와 주가 하락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건전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당국의 해지율 강화 제도 도입이 꼽히고 있다.

    무·저해지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 줄어들어 회계 처리에 유리한 상품이다. 보험사의 부채부담이 감소해 회계상 수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판매를 확대하면서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보험사 신계약 무·저해지 상품 비중은 2018년 11.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63.8%로 급상승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 보험사들이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통해 수익을 부풀린 것으로 당국은 지목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보험료 납입 완료 시점에 해지율이 0%에 가까워지는 형태의 '원칙모형'을 제시하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보다 현실적인 해지율을 설정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증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지율을 당국의 가이드라인대로 조정하면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약 20%p 하락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당국의 해지율 원칙모형이 지난해 킥스비율 하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들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킥스 비율은 전년 말(213.2%) 대비 50%p 하락한 159.8%로 당국 권고치를 웃돌았다. MG손해보험의 경우 킥스 비율이 43.3%로 부실금융사로 지정됐다.

    ◇보험사 올해 주요 과제는 '건전성 확충'

    킥스 비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건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해지 상품의 해지율 제도 적용이 강화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은 계속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보·손보업 할 것 없이 보장성보험 중심 판매 확대, 자본성 증권 발행 등을 통해 건전성 확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