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퓨리오사AI 인수 타진 … K-팹리스 위상 높아져스타게이트發 AI 전쟁 … 반도체 개발·양산능력 각광오픈AI·소프트뱅크·MS 등 빅테크들 삼성-LG에도 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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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트럼프 정부가 5000억 달러(약 718조 원) 규모 AI(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키로 하면서 투자가 급해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기업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반도체 개발 능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에까지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국내 AI 칩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인수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이들 기업들의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르면 이달 안에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퓨리오사AI는 백준호 대표가 지난 2017년 설립한 국내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다.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엔지니어 출신인 백 대표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AI 추론 연산 반도체를 개발해 이미 반도체업계에선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메타는 퓨리오사AI가 그동안 선보인 AI 반도체 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자체 AI 칩 개발을 시작했고 자체 언어모델(LLM) '라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내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메타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이번 딜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올해만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최대 650억 달러(약 93조 원)를 투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빅테크 대부분이 뛰어드는 이번 프로젝트에 관건은 'AI 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기존 AI 칩 거의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던 빅테크들이 조금씩 추진해왔던 자체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수 밖에 없는 계기를 마련한 덕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일찌감치 점 찍은 것처럼, 제2, 제3의 퓨리오사AI 같은 케이스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팹리스들도 미국 스타게이트발 AI 호황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걸 퓨리오사AI가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 ▲ 지난해 초 LG전자를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뉴시스
    ▲ 지난해 초 LG전자를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뉴시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몸값도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 내에 더 많은 AI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려면 그만큼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커지고 맞춤형 AI 반도체(ASIC) 개발을 원하는 빅테크들이 삼성, SK와 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은 스타게이트 투자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오픈AI와 소프트뱅크그룹의 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함께 하면서 3자 회의가 성사됐고,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메모리 기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IT 기기 등을 생산하는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능력까지 갖춰 빅테크들이 필요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곳이다. 반도체에서도 메모리 제품 공급과 개발에 더불어 세계 2위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가능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에서 국내 어떤 기업들보다 빅테크와의 협업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LG도 빅테크와의 협력과 미국 스타게이트 사업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로 보고 조주완 대표를 중심으로 전력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메타 등 다수의 빅테크와 함께 혼합현실(XR) 기기 협력을 논의했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한국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LG전자를 찾아 조 대표 등 경영진과 회동하기도 했지만 이후 해당 사업에서의 협력은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LG는 범위를 넓혀 AI 전반에서 빅테크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지난달 CES 2025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이동형 AI 홈 허브인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이를 고도화하겠다는 협력 계획을 밝혔고 조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더 많은 협력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