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증권사 지난해 당기순익 전년比 73% 급증한 4조1718억원 한투<미래<삼성證…영업익 '1조클럽' 복귀 이어져해외주식 거래 수익 증가에 호실적 기록…올해 전망도 '맑음'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여파 등으로 암울했던 전년과 달리 지난해 빅5 증권사들이 호실적으로 웃었다. 국내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성장은 주춤했지만 해외 주식거래가 늘고 기업금융(IB)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면서 영업이익 '1조클럽' 복귀가 이어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지난해 4조17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조4069억원) 대비 73.3% 급증한 수치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운용 부문 수익 개선과 서학개미 열풍 덕분이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채권 평가 이익이 늘었고, 국내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도 서학개미 열풍에 해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대폭 확대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크게 감소했으나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유례없는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거래수수료에 환전 수수료까지 증권사가 부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4분기 국내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16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2.2% 감소했으나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258조원으로 34.9% 증가해 매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투증권은 전년 대비 86.5% 급증한 1조1123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해외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IB 부문에서도 PF 관련 수수료 회복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채권 및 발행어음 판매 증가와 이에 따른 운용 수익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지난 2023년 불과 298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들이며 빅5 증권사 중 꼴찌를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엔 89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9% 넘는 증가율이다. 

    이는 자산관리(WM), 트레이딩, 글로벌 부문의 실적 호조가 기반이 됐다. 브로커리지를 포함한 WM과 트레이딩 부문을 중심으로 큰 폭의 경상이익 실적 개선을이뤘고, 인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해외법인 자본 재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익 등 비경상이익 약 3400억원의 반영도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해외법인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243% 증가한 1661억원의 세전이익을 보였고, 미국법인은 세전이익 94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뒤를 삼성증권이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64.2% 증가한 88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해외주식 등 브로커리지 매출과 IB, 상품운용 부문 등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국내 주식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빅5 증권사 중 한투증권에 이어 당기순익 순위 2위(5739억원)를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0% 늘었다.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중 상대적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저조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등 부동산 및 대체투자 부문 실적 호조에 투자자산 재평가에 따른 IB관련 운용손익도 개선됐지만 과거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충당부채 약 400억원, 부동산 PF 충당금 및 관련 손실 약 40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지난해 4분기 미래에셋증권(227%) 등 타사 대비 해외주식 부문 수익 성장율이 173.8%로 증가세가 완만한 점도 지적된다.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1961억원에서 5857억원으로 50.3% 증가했다. 

    WM 사업 성장에 따른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수익 증가와 기관 주식 브로커리지 등 세일즈 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WM 부문 자산이 64조원을 넘어섰고, 수익은 2400억원을 초과했다. 해외 브로커리지 거래 활성화로 해외주식 자산이 11조원을 돌파, 해외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 호조에 따른 빅5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1조클럽' 복귀도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1조2837억원(전년 대비 93.3% 증가)을 기록하면서 1조클럽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다.

    미래에셋증권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1조클럽에 복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2% 급증한 1조159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62.7% 늘어난 1조20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 기반 확대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올해 추가 발행어음 라이선스 승인과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취득하는 대형사 출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 안정화와 시장 유동성 증가는 자본시장 상품 발행 수요 증가로 연결돼 증권사의 자금조달 및 운용·공급 측면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수신 기반 확대와 IB 및 트레이딩 손익 동반 성장 모멘텀이 존재한다"며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량과 수수료 수익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