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파에 수출 증가세도 둔화 … KDI, 3달 연속 "경기 하방위험 확대" 진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달째 연속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건설 불황의 장기화가 투자와 고용 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더해지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산업생산은 전년보다 3.5% 줄었다. 특히 건설업 생산(-27.3%)은 작년 1월 생산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건설 수주, 건축 착공 면적 등 선행지표의 개선세도 약화했으며, 1월 취업자 수도 건설업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16만9000명)하면서 13만5000명 증가에 머물렀다. 정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임시직(7만2000명)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지만, 자영업자(-2만8000명), 일용근로자(-11만6000명) 등 감소세는 이어졌다.

소비와 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 부진도 지속됐다. 1월 소매 판매는 설 명절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보합세를 보였지만, 고금리 기조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설비투자(-3.1%)는 조업일수 축소 등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했는데 통상 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하방 요인도 여전히 잔재해 있다.

다만 수요 압력 저하로 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보였다. 2월 소비자물가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모두 하락하며 전월(2.2%)보다 낮은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물가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가 줄어들고 이를 제외한 품목들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전체 수출 활력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2월 수출은 1.0% 증가했지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5.9% 감소했다.

이와 함께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제품 등이 모두 미국 관세 인상의 직접적 위험에 노출돼 향후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정국 불안의 영향은 점차 완화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통상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무역 위축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