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지속했던 외국인 투자자 수급 개선 중주가 6만원대 진입 코앞…업황 개선 기대감에 모건스탠리 목표주가 상향올 들어 개인투자자 9천억원 순매수…주가 화답할까
  •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폭탄에 '5만전자' 늪에서 허우적댔던 삼성전자 주가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잇따른 가운데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던 외국인 수급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그간 적극적으로 삼성전자를 담아왔던 500만 동학개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7~18일 2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7133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0거래일 중 12일 하루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에 대해 '팔자' 행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할 때 달라진 행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규모(6120억원)보다 최근 이틀간 순매수 규모가 크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세가 유입된 12일부터 주가는 7.73% 올랐다. 19일 오전 10시1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17% 상승하며 5만8850원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수급이 서서히 개선 조짐을 보이는 건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이후 이달 14일 기준 8개월 연속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행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2021년 8월 9개월 연속 순매도한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긴 기록이었다.

    PC와 모바일 시장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다.

    집 나갔던 외국인 수급이 최근 들어 돌아서는 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DDR4 8Gb 제품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은 최근 1.466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모듈 업체 등이 낸드 주문량을 늘리면서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르고 있다. 글로벌 낸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고객사들에 낸드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낸드 제조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와 미국의 마이크론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가격 반등과 함께 주가 탄력성이 커질 것"이라며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일반 메모리 시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중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1분기가 반도체 업황의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 우려에서 반도체 업종은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가중과 빅테크 마진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지폈던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평가도 달라진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낸드(NAND) 플래시 가격이 감산 효과로 반등하고 있고, D램 현물 가격 역시 중국 AI 설비 투자와 관세 전 구매 수요 등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을 목표주가 상향 조정 근거로 꼽았다. 

    앞서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는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 보고서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5만전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와중에도 주식을 꾸준히 순매수했던 동학개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92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2조6033억원어치 팔아치운 외국인과 대조된 행보다.

    개인들은 이날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 총회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발언에 주목한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사즉생(死卽生,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총에서 "최근 주가가 주주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주가 회복의 가장 확실한 열쇠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경쟁력 회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는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질적인 D램 사업 체질 개선이 없다면 6만원대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밸루에이션 매력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 위험은 낮지만 D램 사업의 체질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가 재평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HPC용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 상승이 확인되지 못할 경우 박스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