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루빈, 2028년 파인만까지 로드맵 탄탄빨라진 출시 주기 … 고성능 HBM 수요 커져진짜 승부 HBM4부터 … 메모리 3사 명운 건다
  • ▲ GTC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 GTC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GTC 2025'에서 블랙웰, 루빈에 이어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인 파인만(Feynman)까지 선보이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핵심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업계에서도 HBM 시장 성장세를 이미 확인한지 오래지만 앞으로 승부처가 HBM으로 굳어질 것이라는데 확신하는 분위기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자사 최대 AI 콘퍼런스인 'GTC 2025'에서 AI 데이터센터용 GPU 로드맵을 발표했다.

    행사 둘째날인 1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오는 2027년까지 블랙웰 업그레이드 버전과 루빈, 루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루빈 울트라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황 CEO가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도 밝혔던 로드맵과 같은 것으로, 이번 자사 행사에서는 이 같은 로드맵을 확정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황 CEO는 블랙웰, 루빈에 이어 오는 2028년 차세대 AI 칩인 '파인만'을 출시할 계획까지 귓띔했다. 미국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에서 이름을 따온 이 제품에 대해서는 이날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차세대(Next) HBM'이 탑재된다고 강조해 이목을 끌었다.

    엔비디아의 이번 GTC 행사에서 메모리업계가 주목한 부분은 다름 아닌 HBM 용량이다. 당장 올 하반기 출시되는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버전 '블랙웰 울트라'에는 기존 192GB던 HBM3E 용량을 50% 늘린 288GB로 늘린다는게 최대 관심사였다. 여기에 ARM 기반 CPU(중앙처리장치)와 결합해 'GB300'과 GPU 버전 'B300'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격년 주기로 신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기면서 메모리 용량을 높이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올해 블랙웰 설계를 내놓고 이듬해엔 여기서 메모리 용량을 키운 울트라 버전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매해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AI 반도체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 ▲ SK하이닉스가 GTC 2025에서 선보인 HBM4와 SOCAMM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GTC 2025에서 선보인 HBM4와 SOCAMM ⓒSK하이닉스
    덕분에 메모리업계의 HBM 개발과 양산에는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선보이는 차세대 칩셋 루빈에는 6세대 HBM인 HBM4가 처음 탑재될 예정이다. 288GB 용량으로 시작해 이듬해인 2027년 루빈 울트라 버전을 출시할 때는 블랙웰에서 도입한 용량 업그레이드를 통해 또 한번 향상된 성능의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루빈 울트라에선 7세대 HBM인 'HBM4E'가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격년인 것에 비해 HBM 개발 세대는 더 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HBM4 이후엔 동시간에 2세대 이상 기술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HBM3E에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는 HBM4 이후 개발과 양산 작업에 한창이다. 메모리 3사 중에 가장 먼저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고 하반기 내에 양산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주요 고객사의 대표적인 곳이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삼성도 HBM4에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높다. 고객사들의 로드맵이 앞당겨지는 분위기인만큼 삼성도 내부적으로 HBM4 개발에 전력을 집중해 양산 시점을 연내로 당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하반기 양산을 위해 상반기 내엔 양산 준비 과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새로 잡은 상태다.

    HBM 시장을 특히 노리고 있는 마이크론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론은 범용 메모리 시장에선 삼성과 SK하이닉스 대비 점유율 격차가 큰 3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지만 HBM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모습을 나타내며 엔비디아 공급망 입성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HBM4 개발에도 자신감을 드러내며 전체 사업 중 HBM 비중을 빠르게 높여나갈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