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 부지 이전 인허가 심사 '부결'"주거시설과 가까워", "위험성 높아" 지역사회 반발산학연 맺은 대학도 반대 … 보조금 리스크 이어 난항
  • ▲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이미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신설을 추진하는 반도체 공장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지 공장 신설을 함께 추진하는 퍼듀대학교에서도 일부 교수들이 SK하이닉스 공장 부지에서 발생할 환경오염과 안전성 등을 문제 삼아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지역지인 저널앤드쿠리어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공장 용지 변경에 따른 인허가 심사가 부결됐다. 이를 심사하는 지역계획위원회(APC)는 SK하이닉스 측이 새롭게 내놓은 예거 로드 동쪽 부지에 공장이 들어서는 안에 대해 토론을 거쳐 표결에 붙였고 최종 찬성 5 대 반대 9로 부결됐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인근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산학연을 꾸려 사업을 추진한다. 당초 공장 용지를 조성하는 퍼듀연구재단이 소유한 퍼듀리서치파크에 36만4200㎡ 규모 부지에 공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위치를 인근으로 변경하면서 새로운 심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새로 예정된 용지에는 주거지역과 탁아시설, 공원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너무 가깝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지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APC 심사 현장에는 지역 주민들과 아동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내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 "컴벌랜드 공원에 냄새가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곳곳에 배치됐다.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공장 부지 위치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하수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과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위험한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및 금속을 사용한다는 점을 특히 지적하고 나섰다.

    더구나 SK하이닉스와 협력하고 있는 퍼듀대 교수 등 관계자들이 이 같은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퍼듀대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부사장이자 반도체 교육 책임자인 비제이 라구나탄(Vijay Raghunathan) 씨는 "이 회사(SK하이닉스)가 반도체 칩 중 가장 복잡한 유형 중 하나인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제조할 계획이며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등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검토하고 있는 부지는 농지였고 수년 동안 거기에 비료를 뿌렸다"며 "건설이 진행돼 땅을 파내게 되면 이 지역 전체에 비료 먼지가 흩날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위원회가 새롭게 제안된 공장 부지를 거부했지만 최종 결정은 다음달 7일 웨스트 라파엣 시의회에서 날 예정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며 미국 생산공장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지역 사회까지 반대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난항인 미국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