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중심 SK가스, LNG로 포트폴리오 확대울산에 전초기지 … 터미널부터 발전소까지산업단지 인접 … 경쟁사 대비 지리적 유리트럼프 관세 압박, 미국산 LNG 수입 대응 기대
  • ▲ SK가스 울산 LNG 터미널ⓒ김병욱 기자
    ▲ SK가스 울산 LNG 터미널ⓒ김병욱 기자
    "장충체육관보다 크죠"

    SK가스 울산 LNG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뿌연 먼지가 목을 간질간질 자극했다.

    원자력 발전소보다 두껍게 설계된 이곳은 거대한 'LNG 텀블러'였다. 기체 상태의 LNG를 영하 162도로 차갑게 식혀 액체로 보관하는 니켈 합금 텀블러였다.

    암반엔 20m 길이의 철봉 872개 박혀 48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강진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게 설계된 곳이 SK가스의 LNG 터미널이었다.
  • ▲ SK가스 LNG 터미널 내부ⓒ김병욱 기자
    ▲ SK가스 LNG 터미널 내부ⓒ김병욱 기자
    이곳 터미널을 포함해 SK가스는 총 6기의 터미널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기에 저장된 LNG는 파이프를 타고 SK가스의 울산GPS발전소로 흘러가 전력을 생산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상업 가동을 개시한 울산GPS의 특이한 점은 LNG와 LPG 두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싼 연료를 취사선택해 전기를 만들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울산GPS의 발전용량은 1.2GW로, 연간 90만~100만톤의 LNG로 280만 가구가 1년동안 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SK가스는 기존 LPG에 집중된 사업을 LNG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인데, 울산이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 SK가스 LPG·LNG 복합발전소 '울산GPS'ⓒ김병욱
    ▲ SK가스 LPG·LNG 복합발전소 '울산GPS'ⓒ김병욱
    물론 LNG 사업을 하는 SK가스 말고도 곳은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포스코, GS 등이 있다. 

    SK가스의 차별점은 바로 위치다. 울산엔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고, LNG 및 전력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전략적 중요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급하게 미국산 LNG를 수입하게 될 시, SK가스의 울산 LNG 기지가 물량을 소화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SK가스는 LNG 탱크 2기를 포함해 총 6기의 탱크를 지을 계획이다. 완공되면 2034년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하게 된다. 

    SK가스의 울산 LNG 터미널의 공식 명칭은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투자했으며, 총 1조2000억원이 들어간다. 울산GPS는 SK가스가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 ▲ SK가스 울산 LNG 기지 모형ⓒ김병욱 기자
    ▲ SK가스 울산 LNG 기지 모형ⓒ김병욱 기자
    다만 감소하는 LNG 수요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구조조정, 통폐합을 거치며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이와 관련해 "저희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석유화학이 어려워지면 울산 산업단지의 고려아연, 정유 쪽 (에너지) 수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큰 임팩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학 산업이 다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내수 캐파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 사장은 미국산 LNG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한국이 미국산 LNG를 수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SK가스가 미국산 LNG 수입을 통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윤 사장은 "중동은 LNG 계약 구조가 굉장히 리지드(Rigid, 엄격)하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구조를 맞춰줘야 된다" "근데 미국 플레이어들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포트폴리오를 갖춰놔야하기 때문에 정부의 푸시와 상관없이 저희와 아마 모든 LNG 회사들이 미국을 앞으로 좀 더 중요하게 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