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대증원 14개월 만에 2000명 증원분 삭제의대생 수업참여율 26% 그쳐도 의총협 요구 수용단, 의대생에 "더 이상의 특별 조치 어려울 것" 경고정부발표 비판도 … "의사에 무릎 꿇어" "환자들 배신"
  • ▲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 하는 이주호 부총리. ⓒ연합뉴스
    ▲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 하는 이주호 부총리. ⓒ연합뉴스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3058명으로 확정됐다. 작년 2월 5058명으로 2000명 늘린 지 14개월 만에 다시 증원 전 수준으로 원상 복구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에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확정·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7일 정부가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대생들이 3월 내 전원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부총리는 "국민께 의료 개혁 후퇴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는 의총협과 의대협회의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여 총장과 학장님들의 의사를 존중해 증원 이전으로 조정해달라는 건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번이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의대생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타 단과대학과의 형평성, 대학의 교육 여건을 고려해 대학은 학칙을 원칙대로 적용하겠다"라며 더 이상의 혜택은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번 브리핑에는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과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함께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의대 40곳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25.9%(16일 기준)다. 본과생 수업 참여율이 29%로 예과생(22.2%)보다 높다. 서울대 등 4곳은 수업 참여율이 50%가 넘지만 충북대 등은 참여율이 한 자릿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전체 의대생 중 30% 정도가 복귀를 희망하고, 30% 정도는 수업을 거부하는 강경파이며 나머지는 눈치를 보는 중도 성향으로 분석 중이다. 수업 참여율이 40%를 육박하면 추세적으로 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교육부는 관측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전원 복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의대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단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원상복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의대생 수업 참여가 당초 의총협과 의대협회가 3월에 제시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6학년도에 한해 각 대학이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확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정부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공식 입장문에서 "의대 학사 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그러냈다. 

    환자·시민단체들도 반발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의대 정원 원점 조정으로 그간 중증 질환자들이 참고 견딘 고통이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의대 증원 동결은 대국민 사기극'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많은 의대생이 등록 후 수업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비웃고 있다"며 "원칙 없는 정책 후퇴가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고 교육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내년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도 나선다. 다만 정부와 의학교육계는 올해는 작년 같은 학사유연화는 없으며 수업 불참 시엔 유급을 적용하는 등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만약 집단 유급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에는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강하는 이른바 '트리플링(tripling)' 사태가 벌어진다. 대다수 의대는 더블링(doubling)은 몰라도 트리플링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수업 대란이 불피하다는 뜻이다. 

    이 부총리는 "오늘(17일) 발표로서 내년 의대 모집인원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매듭짓고 이제는 우리 모두 의대 교육의 정상화 실현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의료개혁에 힘을 모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육당국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결정에 따라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제출하게 된다. 각 의대 모집인원 변경안은 5월쯤 대교협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