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텍세종 100% 인수 … 123억 규모오너일가→계열사→상장사 … 지배구조 단순화실적 부진·재무 부담 속 애경산업 본격 매각 채비
  • ▲ 애경산업 로고
    ▲ 애경산업 로고
    애경그룹이 주요 계열사이자 생활용품·화장품 제조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 회사인 에이텍세종을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내부거래 해소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매각 실사를 앞둔 몸값 정리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애경산업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 18일 에이텍세종 지분 100%(2만4950주)를 123억원에 장외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49만3930원으로 이번 거래로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에이텍세종은 2021년 10월 에이텍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된 비상장 화장품 포장재 제조사다. 애경산업의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에 필요한 용기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은 186억원이며 이 중 106억원(약 57%)이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실적을 쌓아온 알짜 계열사로 평가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오너일가가 절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 구조를 보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아들 삼형제가 50%를 공동 보유했다.

    장영신 회장 0.10%(26주),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 28.67%(7152주), 차남 채동석 부회장(애경산업 대표) 17.91%(4468주), 삼남 채승석 부회장(AK홀딩스 지속가능경영실장) 3.32%(882주)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50%(1만2475주)는 에이텍세종 공동대표인 윤광호 씨가 보유 중이었다. 업계에선 사실상 가족회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거래로 오너일가는 지분 현금화에도 성공했다. 지분 매각 대금을 단순 계산하면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35억원, 채동석 부회장은 22억원, 채승석 부회장은 4억9000만원을 손에 쥔 것으로 추산된다.

    애경산업 측은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인수 목적이라고 밝혔다.
  • ▲ 애경산업 사옥 전경 ⓒ애경산업
    ▲ 애경산업 사옥 전경 ⓒ애경산업
    업계에선 이를 단순한 계열사 효율화 작업 이상의 매각 전 구조 정비로 본다. 애경산업 매각 실사를 앞두고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내부거래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애경그룹은 현재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인수 후보를 물색 중이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63.38%다. 그룹의 모태이자 알짜 계열사인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했으며 생활용품 케라시스, 화장품 루나 등을 전개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매각은 그룹 재무구조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는 이달 초 사내 간담회에서 "회사 매각 절차를 검토 중"이라며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애경산업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6790억원, 영업이익은 24.4% 감소한 468억원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지주사인 AK홀딩스 역시 매출 4조4773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1.6% 급감했다. 당기순손실 24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총부채는 4조원, 부채비율은 328.7%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텍세종 인수는 전형적인 매각 전 정리 수순"이라며 "계열사 편입, 내부거래 제거, 오너일가 현금화까지 완료됐다면 본게임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매각은 아직 검토 중일 뿐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에이텍세종 인수는 오랜 기간 검토해온 사안으로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