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적자 수두룩 이어져프레쉬·메이블린 등 철수 행렬K브랜드 기술·가성비에 밀려 입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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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프레리 매장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K뷰티의 안방에서 고전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은 물론 연이어 사업을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버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한때 600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440억원, 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8%, 27.1% 감소했다.
홈쇼핑 강자로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는 국내 에스테틱 전문 브랜드로 출발해 2016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에 인수됐고 이듬해인 2017년 9월에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다시 매각됐다. 유니레버는 당시 약 3조500억원에 카버코리아를 인수했으며 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일본 화장품 업체 한국시세이도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6억원으로 전년(20억원)보다 감소했다.
어딕션, 세이키세 등 브랜드를 보유한 코세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38억원, 24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프레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줄었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10억원가량 증가한 2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규모로 집계되며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 악화를 넘어 실제로 철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계열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프레쉬는 이달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프레쉬는 지난 15일부터 국내 온라인 공식몰 영업을 종료했다.
프레쉬는 2012년 자연주의 화장품 트렌드에 주목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지만 최근 2년(2022~2023년) 연속 매출 감소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결국 철수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인다.
로레알코리아의 메이크업 브랜드 메이블린 뉴욕도 올해 상반기 중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은 이미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19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메이블린 뉴욕은 최근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 리뉴얼을 시도했지만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철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K뷰티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역으로 한국 시장 내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반면 수입액은 166억달러로 1.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이 비싸고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브랜드가 선호됐지만 K뷰티가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이런 변화가 해외 브랜드들의 시장 철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