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예상 밖 호실적 … 분위기는 정반대HBM 효과 본 SK하이닉스, 실적·점유율 압도삼성, 美 관세'풀인 수요' 효과 … 불안 여전실적 성패도 범용 메모리 대신 HBM으로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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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HBM3E 16단 구조 모형 전시모습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실적과 시장 점유율 모두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메모리 왕좌에 앉았다. 성장을 거듭하는 AI(인공지능) 시장에서 필수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 비중이 커진 것이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을 재패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가 7조 440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7.8% 폭풍 성장했다.삼성전자는 이달 초 1분기 잠정실적만 발표한 상황이라 사업부별 실적은 다음주 열리는 실적발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잠정실적을 토대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이 1조 원 초반대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중 SK하이닉스와 직접 비교가 가능한 메모리 사업에서만 보면 이익은 3조 원 초중반대가 예상된다.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보다 두배 넘는 이익을 남긴 것은 지난 1분기가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SK하이닉스가 8조 8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5조 1000억 원대 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메모리 실적을 넘어섰긴 했지만 격차가 1분기만큼 크진 않았다.이는 통상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SK하이닉스의 HBM이 시황과 관계없이 선전한 결과다. SK하이닉스가 HBM만으로 1분기에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까지는 공개가 되지 않지만 실적의 상당부분을 HBM으로 채우고 그 중 대부분이 5세대 HBM인 'HBM3E' 성과였던 것으로 분석된다.삼성전자도 비수기인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마찬가지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전사 기준 영업이익이 6조 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는데, 이를 훌쩍 넘긴 6조 6000억 원대 이익을 기록하면서 예상 밖의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아직 구체적으로 반도체 사업 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시행을 앞두고 재고를 비축하려는 이른바 '풀인(pull-in)' 수요로 범용 메모리 시장이 기대보다 빨리 회복에 나섰다고 보고 이 수혜를 삼성전자가 톡톡히 누렸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당초 메모리 사업에서 2조 원대 이익만 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풀인 수요라는 것이다. -
- ▲ 삼성전자 36GB HBM3E 12H D램 ⓒ삼성전자
하지만 같은 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에선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놨다. 1분기에 관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선수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고 메모리 출하량이 예정된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SK하이닉스는 전날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중에는 아직 관세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이었던만큼 일부 고객의 풀인 수요가 포함은 돼있었겠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 1분기 D램 출하량도 기존 계획을 상회한 수준이 크지 않고 모바일과 PC 등 클라이언트 제품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고객들의 재고 수준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결국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지 않은 까닭에 관세 관련 풀인 수요 효과 또한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아직까진 범용 메모리 실적으로 반도체 사업 실적이 좌우되는 상황인만큼 1분기 깜짝 실적의 요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1분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HBM으로 든든한 실적 버팀목을 마련한 SK하이닉스 대비 삼성전자 HBM 사업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양사 간 실적 격차를 키우는 핵심으로 지목된다. 2분기에도 여전히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풀인 수요가 견인하는 범용 메모리 시장도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