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설립 동화면세점 대한민국 최초 시내면세점면세점 호황 때 지하 1층~지상 5층 운영, 업황 악화로 매장 축소롯데·신세계·현대 매장 면적 및 특허권 조기 반납
  •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이미현 기자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이미현 기자
    최근 면세점 시장이 악화되면서 실적 악화에 빠진 동화면세점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업황 악화로 신세계, 롯데, 현대면세점 등이 잇따라 영업면적 축소, 특허권 반납 등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동화면세점도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것. 대기업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소·중견 면세점도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온라인몰 운영도 이미 중단했다. 현재 매장에는 직원 1명만 남아 방문객을 응대하고 있으며, 매장 내부는 대부분 텅 빈 매대가 차지하고 있다. 일부 남아있는 매대에는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는 상황이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물건이 없으니 인근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했다.

    동화면세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은 마이너스 838억원으로, 2019년부터 6년째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2억원으로 전년(374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7억원으로, 전년(21억원) 대비 적자폭이 28.5% 확대됐다. 

    동화면세점의 대주주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이사로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대주주의 지분비율은 100%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동화면세점 12월 특허가 만료된다”면서 “이 자리의 신규 특허 여부는 기획재정부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수를 확정한 뒤 공지될 계획이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동화면세점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내면세점으로 약 50년간 운영 중이다. 한때 샤넬, 롤렉스 등 세계적 브랜드가 입점해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매장을 채웠지만, 현재는 1개 층만 운영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측은 살을 깍는 노력으로 특허권갱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화면세점은 본사 직원 수를 기존 200~300명 수준에서 현재 약 20명 수준으로 구조조정했다.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효율화 작업을 통해 화장품, 의류, 홍삼, 담배 등 기존 브랜드 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신예 브랜드를 유치해, 중국·동남아 관광객 수요를 겨냥한다는 비전이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K뷰티·K패션 중심의 올리브영 스타일 편집숍 형태로 매장을 리뉴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은 고환율,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에는 시내 중소·중견 면세점이 8곳이었지만, 에스엠면세점과 탑시티면세점이 특허권을 반납하는 등 현재는 동화면세점(서울), 그랜드면세점(대구), 부산면세점(부산), 진산면세점(울산) 등 4곳만 남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역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 말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할 예정이며, 무역센터점도 매장 규모를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한다.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 1월 희망퇴직 단행과 함께 부산 센텀시티점 특허권을 조기 반납하고 폐점을 결정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국내외 부실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월 호주 멜버른 시내점, 올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에서 철수했으며, 내년 7월 계약 만료를 앞둔 괌 공항점 철수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약 150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잠실 월드타워점 매장 면적을 약 35% 줄였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상품 경쟁력과 수수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중소·중견 면세점들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다”고 말했다.

    한편 철수설에 대해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는 "그동안 자산매각 등으로 꾸준히 회사 재무상황을 개선시켜 왔다"면서 "면세점 특허갱신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