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교체 서비스 첫날, SKT 대리점 앞에 ‘오픈런’ … 7시부터 대기긴 대기 줄에 곳곳에서 혼선, 인파 관리 위한 경찰 출동하기도10시 30분 현재 대기 순번만 300번 … 온라인 예약은 접속도 안돼
  • ▲ 28일 서울 을지로입구 SKT 대리점 앞에 유심 교체를 위한 줄이 이어졌다.ⓒ정상윤 기자
    ▲ 28일 서울 을지로입구 SKT 대리점 앞에 유심 교체를 위한 줄이 이어졌다.ⓒ정상윤 기자
     “해킹 사고 이후 4일이 지났는데 이게 대체 뭡니까.”

    한 고객이 SK텔레콤 대리점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하고 있다. SKT가 무상으로 유심 교환을 시행하는 28일 오전 명동에 위치한 SKT 을지로점 앞에는 300명이 넘는 줄이 이어졌다. 모두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은 발걸음이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으로 100% 안전을 보장한다고 알렸지만 불안까지는 막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가 직접 유심칩 교체를 위해 을지로입구 인근 SKT 대리점을 방문했다. 유심 교체 서비스는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오전 9시에 이미 50명이 넘는 줄이 이어져 있었다. 그마저도 실시간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던 상황이다. 줄의 가장 앞에 있던 가입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생길지 너무 불안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 ▲ 한 가입자가 SKT 유심 교체 관련 200번의 대기 번호표를 받고 있다.ⓒ정상윤 기자
    ▲ 한 가입자가 SKT 유심 교체 관련 200번의 대기 번호표를 받고 있다.ⓒ정상윤 기자
    SKT 대리점에서는 서둘러 번호표를 배포했지만 이마저도 모자라 추가 출력을 해야 하는 혼선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줄을 서 있었는데 왜 번호표를 주지 않느냐며 고성을 지르는 사람의 모습도 연출됐다. 

    이런 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유영상 SKT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유심 정보유출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무상 유심교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T가 현재 보유 중인 유심은 약 100만개에 불과하다. SKT 가입자가 2270만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규모다. 회사 측은 5월 말까지 500만개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결국 발품을 파는 가입자만 유심 교환할 수 있던 셈이다. 이마저도 대리점 마다 차이가 크다. SKT 대리점 을지로점은 그나마 물량이 풍부한 편이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는 미지수다. 대리점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만 150개의 유심을 추가 수급했다고 한다.

    이날 대리점을 찾은 가입자들은 하나같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출근하자마자 줄을 섰다는 한 고객은 “출근 하자마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유심을 교환하기 위해 나왔다”며 “휴대폰에 금융 정보가 모두 담겨있는데 혹시나 문제가 생길지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유심 정보를 악용하면 휴대폰 정보를 고스란히 빼갈 수 있다고 들었다”며 “직장에서도 빨리 유심을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일찍 줄을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SKT 대리점에서 교체를 위해 준비한 유심.ⓒ정상윤 기자
    ▲ SKT 대리점에서 교체를 위해 준비한 유심.ⓒ정상윤 기자
    그나마도 9시 이전에 도착한 고객은 빨리 교체에 성공한 편이었다. 대리점은 예고된 오전 10시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고객은 50명 정도에 불과했다. 간신히 유심 교체에 성공한 기자도 오전 10시 30분 이후에나 대리점에 들어설 수 있었다.

    당시 대리점 앞 대기순번은 300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단순 계산 해보면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때 아닌 긴 줄이 생기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고 한다. 대리점 앞에는 이날 SKT가 서비스하기 시작한 ‘온라인 유심교체 예약’ 서비스 안내문이 붙었지만 정작 접속이 몰리면서 대기만 9만명을 넘겼다.

    이날 줄 서던 한 고객은 통신사 이동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약정 기간 때문에 SKT를 써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약정 기간이 끝나면 번호이동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 SKT 유심 대란으로 인한 갑작스런 인파에 경찰이 출동했다.ⓒ강필성 기자
    ▲ SKT 유심 대란으로 인한 갑작스런 인파에 경찰이 출동했다.ⓒ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