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심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 확산 … 지역금융 '위기'합병만이 최우선책 아냐 … "조달비용 낮추고 운영 다변화 필요""금고 더 젊어져야 지역경제도 도움 … 이사장 견제 강화해야"
-
- ▲ ⓒ챗GPT
지방경제의 버팀목이던 새마을금고가 설립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린 연쇄적인 부실 조짐은 개별 금고를 넘어 지역 금융의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전망이다. 합병으로 부실을 덮으려 했지만 적자는 커졌고, 일부 금고에서는 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났다. 부동산 편중 대출, 관리·감독 부실, 내부통제 실패라는 삼중고 속에서 새마을금고의 근본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지역경제와 서민금융에 미칠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지역 소상공인과 서민의 금융 창구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의 위기를 둘러싼 본질을 짚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새마을금고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여파로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실 위기에 직면했다.특히 새마을금고 구조조정이 인천·부산 등 일부 지역에 쏠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역경제에 대한 압박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새마을금고는 지역 기반 서민금융 인프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지적인 경기침체 위기를 타개하고 서민금융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합병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른다.◇새마을금고 부실 문제 지역 편중 심화 … 구조조정 대상 지역 쏠림 현상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새마을금고는 287곳으로 전국 1276개 금고의 22.5%에 달했다.빨간불이 켜진 것은 주로 지역에서였다. 인천은 전체 53개 금고 중 28곳(52.8%), 부산은 138개 중 42곳(30.4%), 전북은 59개 중 18곳(30.5%)이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금고의 지역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새마을금고는 또한 지난해 1조7382억원의 순손실로 설립 이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부동산 PF 대출 부실과 경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금고의 유동성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자산건전성 등 기준에 미달하는 금고에 대해 구조조정 처분으로 경영개선 조치를 내리고 부실 금고를 인근 우량금고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구조개선을 진행하고 있다.중앙회는 지난해 금고구조개선본부를 신설해 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합병 대상 금고를 선정했고, 2023년 7월 '뱅크런' 사태 이후 현재까지 총 24개의 금고를 합병 조치 완료했다.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새마을금고의 기반인 지방금융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서민금융 '위기'인데 합병만이 능사? … "체질 개선 필요"새마을금고는 지역 출자자로부터 예금을 받아 지역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등 금융지원 역할을 해왔다.하지만 부실이 드러난 금고 이용자 중심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거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이 급감하면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따라 주택 및 상가 가격 하락, 소비 위축 등 부정적인 연쇄 효과가 발생하면 지역 단위 금융 불신이 확산하고,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우려로 자금조달 난항, 지방 부동산 시장 급랭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 있다.전문가들은 지역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서민금융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새마을금고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다.우선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효율화 중심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합병할 때 최악의 방식은 부실 규모가 비슷한 곳이 서로 인수 합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한 조직의 규모를 더 키우는 방식으로 구조의 효율화를 꾀하는 인수 합병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조달비용 개혁·젊은층 접근성 제고·지역금고 거버넌스 구조 개선"이점으로 작용했던 높은 예금금리가 도리어 새마을금고 개혁을 발목잡는 요인이 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3000만원까지는 예금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측면을 활용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운영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서 교수는 이어 "새마을금고가 지역 기반의 소기업 또는 자영업자 위주로 대출을 하다 보니 연체율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새마을금고도 이제는 디지털화를 가속화해서 젊은층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부가 혜택 부과 등 맞춤형 상품 개발에 주력하면 도리어 지역 기반의 대출 수익 부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지역 중심의 연쇄 부실 문제가 고질적인 '지역 금고 거버넌스(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진단도 있다. 내부통제 취약성으로 이른바 '묻지마 대출'이 반복되고 건전성 악화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는 지적이다.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이사장 직선제를 치렀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지역 이사장이 여전히 대규모 부당 대출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중앙회가 총대를 메고 체질 개선을 감행해야 한다"며 "결국 지역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견제 및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