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유방암 치료제 'ORM-5029' 개발 중단브릿지바이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임상 2상 유효성 입증 실패지난해 벤처업계 바이오 등 신규 투자 비율 16.1% … 매년 감소"정부가 투자 심리 개선 위한 분위기 유도해야 … 기업, 경험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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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름테라퓨틱의 임상 중단,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임상 실패 등 바이오 기업들의 잇단 악재로 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까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늦어지는 금리 인하와 함께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우려 등도 투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바이오 투심이 더욱 악화하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주요 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치료제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해당 물질은 지난해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발생해 신규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 임상에 참여한 1명이 간부전으로 사망한 것이다.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FDA(식품의약국)과의 논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임상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결국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는 임상적 안전성, 약물동태학(PK), 약력학(PD) 자료에 대한 종합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항체접합분해제(DA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유방암 치료제 ORM-5029를 개발해왔다. DAC 플랫폼은 항체약물접합체(ADC)의 페이로드로 세포독성 약물 대신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결합한 형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기존에 ORM-5029을 투약하고 있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이번 임상 중단 결정에 따라 임상 참여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연구가 인액티브(중단)된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에 ORM-5029의 개발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하루만에 30% 급락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최근 핵심 파이프라인인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BBT-877은 오토택신 효소를 저해해 염증 및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경구용 치료제다. 브릿지바이오는 2017년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로부터 해당 물질을 도입하고 2019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조 46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20년 베링거인겔하임이 잠재적 독성 우려로 권리를 반환하면서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을 자체 임상 개발로 전환했다. 

    ​이후 이달 발표된 글로벌 임상 2상 톱라인 결과에 따르면 일차 평가 변수인 24주차 강제폐활량 감소량이 위약군(-50.2)에 비해 약물군(-75.7)에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며 BBT-877의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며 브릿지바이오의 주가는 지난 15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최고점(9280원) 대비 9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 1087원을 기록하며 동전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바이오 투자의 위험성이 대두되며 업계 전반에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규로 상장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며 투자받는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로도 바이오 투자 심리 악화가 관측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의 지난해 바이오·의료업종의 신규 투자 비율은 전체 업종 중 16.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7.8% ▲2021년 21.8% ▲2022년 16.3% ▲2023년 16.4%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다국적제약사도 임상에서의 성공률이 60%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한국 기업들도 좀 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어쨋든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받기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나서야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가 없는 한 글로벌 임상도, 신약개발도 잘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나서서 (투심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유도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