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고 카피라이팅 분야는 놀라운 변화 전개 중""인간 카피라이터와 AI카피라이터 관계 정립 중요""이들 관계 정립에 작은 지침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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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가 '광고 카피 빛내주는 AI'를 출간했다.

    29일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김병희 교수는 "지금 우리네 일상생활은 물론이거니와 광고산업계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광고 카피라이팅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며 "이런 혼돈스런 상황에서 인간 카피라이터와 인공지능 카피라이터의 관계를 지혜롭게 정립하는 데 있어서 작은 지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간을 출간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의 창의성 영역은 넘보지 못하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2016년 3월,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1승 4패로 패했을 때도 놀라기는 했지만 인공지능이 바둑의 규칙을 달달 외운 결과로 애써 해석했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이 생명인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챗GPT 열풍이 들불처럼 번지자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광고 카피라이팅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챗GPT는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여러 요소들인 매개변수(parameter)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창의적인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기대감도 크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 광고 카피라이터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할 수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카피라이터들에게 맛있는 사과 선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든 사과가 될 것인가가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16년 4월, 일본 광고계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인간 크리에이터와 인공지능 크리에이터가 껌 브랜드 클로렛츠(Clorets) 민트탭의 광고를 만들어 창의성 대결을 펼쳤다. "상큼한 10분간"이라는 키워드로 각각 광고를 만들어 투표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투표 결과, 사람이 이겼지만 54% 대 46%라는 근소한 차이였다. KBS '명견만리'에서도 두 광고를 표결에 붙인 결과(2017. 4. 21), 인공지능 크리에이터가 25표를 더 얻었다. 인공지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타(AI-CD β)'가 광고상 수상작 10년 치를 분석해 광고를 만들었는데, 인간의 달 착륙에 비견할만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팅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챗GPT(Chat GPT), 아이작(AiSAC), 뤼튼(wrtn), 겟지니(GetGenie), 재스퍼(Jasper), 카피스미스(CopySmith), 카피 에이아이(copy ai) 같은 창작 도구에 접속시켜 핵심 키워드만 입력하면 광고 카피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는 주목받는 사업 영역으로 떠올랐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인공지능 카피라이터가 이미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어 광고 문구' 분야는 생성형 인공지능 사업의 핵심 분야로 간주된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의 실력도 계속 향상되고 있으니 자칫하다가는 인간 카피라이터가 밥을 굶게 생겼다.

    여기까지는 인공지능이 놀라운 사과 선물 같아 보인다. 인공지능(AI)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연결된 것들의 스마트함을 증강시키기 때문에 '증강지식(augmented intelligence)'을 가져다주는 선물 같은 기술이라고 평가한 학자도 있다(김주영, 2024). 그는 광고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실시간 이해와 반응 예측을 통해 적재적소에 최적의 메시지를 노출해야만 그 광고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만,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이 배제된 인공지능은 바보를 만드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인공지능 창작 도구를 활용하면 단시간에 기초 업무를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카피라이팅의 기초 작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를 활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남는 시간은 창의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가 맛있는 사과 선물이 될 것인지, 독이 든 사과 선물이 될 것인지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 카피라이터에게 카피 창작을 의뢰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만큼, 제작비가 부족한 광고주에게는 인공지능 카피라이터가 가뭄에 단비 같은 선물일 수 있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는 독이 든 사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분명 장점이 많지만, 사고력을 기르는 '과정의 중요성'을 빼앗아버리니 심각한 문제다. 수학에서는 해답이 아닌 풀이 과정을 중시한다. 전자계산기가 있어도 사칙연산을 가르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세하고 결과물을 바로 알려준다. 카피를 썼다 지우고 다시 쓴 카피를 찢어버리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키우고 경험을 축적할 텐데, 인공지능 카피라이터는 그 모든 과정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카피라이팅을 인공지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인간에게 필요한 사고 과정이 생략돼 결국 상상력이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공지능이 놀라운 사과 선물인지 아닌지는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살펴보고 나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면 인간의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의 중요성을 빼앗겨버리기 때문에 '카피 인지 감수성'이 퇴보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카피라이터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며 슬기롭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웠을 때, 비로소 '뉴 칼라 카피라이터'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김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하지만, 인공지능 저작 도구를 잘 활용하는 카피라이터는 그렇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다채로운 카피를 쓸 가능성이 높다"며 "인간의 상상력을 전제하지 않고 인공지능만 신뢰하는 것은 오만이며, 인간의 상상력만 신뢰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태만"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만과 태만 사이에서 인간 카피라이터와 인공지능 카피라이터의 관계를 지혜롭게 정립하는 데 있어서 작은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저서는 디지털 시대의 광고 생태계, 인공지능 카피라이팅 도구들, 인공지능 활용에 앞서 준비할 것들, 생성형 인공지능의 슬기로운 활용, 초벌 카피의 생성과 발전시키기, 검색엔진 최적화의 카피라이팅, 페르소나 활용하는 카피라이팅, 데이터가 주도하는 카피라이팅, 소셜미디어 트렌드별 카피라이팅, 디지털 카피와 아날로그 카피의 종합 순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광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정부광고자문위원회 초대 위원장, 서울브랜드위원회 제4대 위원장을 거쳐 현재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